◆ 어닝 서프라이즈 ◆
SK하이닉스 이천공장.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2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낸 배경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요 급증이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AI 연산에 필수적인 HBM 시장이 급성장했고, 그에 따른 저장 수요가 늘어나며 낸드로 제작되는 SSD 시장도 활황세로 돌아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5일 개최한 콘퍼런스콜에서 HBM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향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매출(12조4296억원)은 1분기 역대 최대치이며, 영업이익(2조8860억원)은 2018년 이후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일반 D램보다는 HBM 생산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업계 안팎에선 HBM 매출 비중이 20%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수요 가시성이 높은 HBM을 위한 캐파(CAPA·생산 능력)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일반 D램 생산에 활용되는 웨이퍼 캐파는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HBM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담당은 "올해 늘어나는 HBM 캐파는 고객과 협의한 것으로, 이미 매진됐다"며 "올해 이후에도 HBM 시장은 급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해 장기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세대 HBM3E 로드맵도 함께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엔 8단 제품에 집중하되, 3분기까지 12단 제품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고객 인증을 거치고 내년부터 공급하겠다는 것이 SK하이닉스 구상이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에서 12단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고용량 D램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올해 안에 10나노 5세대(1b) 기반의 32Gb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를 출시한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세대부터 안정적 기술·품질로 시장을 선점했다"며 "PC 45%, 서버 60% 이상을 DDR5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SNS 캡처



낸드도 반등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김 CFO는 "기업용 SSD(eSSD) 판매를 확대해 직전 분기 수준의 출하량을 유지했고, 평균판매단가(ASP)는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30%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자회사인 솔리다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역량을 결합한 eSSD도 준비 중이다.

김석 낸드 마케팅 담당은 "초고용량을 구현하려면 트리플 레벨 셀(TLC)보다는 쿼드러플 레벨 셀(QLC) 기반 제품이 필요하다"며 "솔리다임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QLC 기반 솔루션을 통해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D램·낸드 재고가 소진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선단 공정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이 확대되며 하반기부터는 범용 제품의 재고 소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봤다.

다만 낸드에선 일반 응용처 수요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김 CFO는 "낸드는 D램보다 뒤늦게 AI의 수혜를 받겠으나 일반 응용처 수요 개선이 유의미하지 않다"며 공장 가동률 회복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SK하이닉스가 2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2분기에 매출 15조242억원, 영업이익 3조45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106%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CFO는 "D램 재고 소진이 가속화하며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메모리 시장은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연간 19조원에 달했던 설비투자를 절반 수준으로 확 줄였다.

이번 콘퍼런스콜을 통해서는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CFO는 "작년엔 보수적으로 투자했다"며 "올해는 HBM 수요 대응과 청주 M15X 투자로 연초 계획보다 다소 증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보다 높아진 고객 수요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엔비디아·TSMC의 AI칩 협업이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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