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에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대만의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대중 공급망을 개편하려는 시도가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자료를 인용해 지난 1분기 대만의 대미 수출액이 266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만의 대중 수출액인 2240억7000만달러를 웃도는 액수로, 미국이 대만의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선 것이다.

ITA에 따르면 그간 대만의 대중 연간 수출액은 줄곧 미국보다 많았다.

다만 이 간극은 대중 디커플링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급격히 좁아졌다.

지난해에는 대중 연간 수출액이 957억달러를 기록해 762억달러를 기록한 미국과 불과 200억달러 차이로 근접해졌고, 올해 1분기 마침내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대중 수출이 감소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탈중국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슨 치우 대만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본토에 생산기지를 둔 해외 기업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로 기반을 대거 옮겼다"며 "중국 본토로 갔던 수출물량이 이젠 동남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분기 아세안 국가에 대한 대만 수출액은 222억8000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해 대비 약 33.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봉쇄를 기점으로 심화된 중국의 공급망 위기 역시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을 부추긴 요인이다.


반도체 산업 자립화를 위해 대만에서 반도체 수입을 줄이는 추세도 원인으로 꼽힌다.

해리 머피 크루즈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대만산 반도체 수입을 늘린 반면, 중국은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대만 부품 수입을 덜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이 약 40% 늘어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미국은 대만에서 지속적으로 반도체 부품을 비롯한 하이테크 하드웨어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조지 시 아시아·태평양 국가 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1분기 미국의 수입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난 것은 대만에서 제조 및 조립된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의 출하량이 급증한 덕분"이라며 "고성능 서버와 클라우드 컴퓨팅 장비와 같은 인공지능 관련 제품 수요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SCMP는 대만 경제부 자료를 인용해 작년 대만의 대중국 투자는 30억달러를 약간 넘었으며, 이는 22년 만에 최저라고 전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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