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나인원 한남

구매력을 갖춘 초고액 자산가 증가와 다양한 주거 수요에 맞춘 공급이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고급주택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정책금융 축소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로 거래량은 감소하고 매매 시장은 여전히 차갑지만 고급주택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보이는 지역 또한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서울 평창동·성북동으로 대변되는 고급 단독주택 형태에서 최근 용산과 강남 한강변에서 빌라와 아파트까지 흐름도 변하고 있다.


고급주택은 지방세법상 주택가액 및 연면적(전용면적) 초과 여부, 승강기 설치 여부 등의 기준에 따라 정의되지만 사회적으로는 고급 자재로 지어지고 넓은 면적과 높은 층고, 한강 또는 산 조망권 확보, 사생활 보호, 유사 사회계층 커뮤니티 형성 등 양적 측면(가격)뿐 아니라 질적 측면(사용 가치)에서도 다른 주택과 차별화된 특징을 가진 주택으로 분류된다.

유형은 단독주택, 연립주택(빌라), 아파트로 구분하고 아파트는 다시 단독형과 단지형으로 구분되는데 사생활 보호는 단독주택이 가장 강하고 커뮤니티 서비스는 아파트 단지형이 가장 좋다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실제 주요 고급아파트는 최근 1~2년 내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는데 한남동 '파르크한남'(전용 268㎡)이 2023년 8월 180억원에 거래되며 서울 아파트 역대 거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남동 '나인원한남'(전용 206㎡)이 지난 1월 97억원 신고가를 찍은 뒤 한 달 만인 지난 2월 9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198㎡)도 2023년 8월 99억원에 손바뀜됐다.

고급 연립주택(빌라)은 가구 수가 많지 않아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지만 거래될 때마다 신고가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청담동 '마크힐스'(전용 193㎡)는 지난 2월 85억원의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면적 직전 거래가 2021년 8월 55억원으로 3년이 채 되기 전에 30억원이 오른 셈이다.

2021년 9월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전용 274㎡)는 185억원에 거래되며 공동주택 최고 매매가를 썼다.


국내 아파트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웠던 '에테르노 청담'은 최근 29가구 모두 입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층형(244㎡) 분양가가 130억원부터 시작하고 슈퍼펜트하우스(497㎡) 분양가는 300억원인데 2020년 당시 분양 완판되면서 고급주택 분양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논현동 브라이튼N40

2022년 하반기 입주한 강남구 논현동 '브라이튼 N40' 84~248㎡의 148가구는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올해부터 3.3㎡당 8000만원 이상에 양도 전환 중이다.

워너청담, 에테르노 압구정, 마제스힐 등 추후 공급 예정 단지는 주로 30가구 미만 아파트(단독형)가 대부분이고 지역은 청담동이 많다.

분양가는 최저 100억원대부터 최고 80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1월 분양된 포제스한강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억1500만원으로 정해졌다.

84㎡ 분양가는 44억원이었으며 최고가인 펜트하우스(244㎡)는 160억원으로 정해졌다.

일반분양 106가구 모집에 전체 1602건이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은 10대1로 집계됐다.


고급주택 선호 현상의 원인과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 중 소득·소비 양극화로 인한 '베블런 효과'(상류층 소비자들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효과) 또한 저변에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고액 자산가들이 증가하며 주택 시장에서도 희소성 및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 수요 등 고급주택만의 특성이 베를런 효과로 나타나고 있고 20·30대 영리치 등장도 수요 다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 시장에서의 고급주택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대출 영향이 작고 재건축 사업성 등 시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해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

침체기엔 거래가 없어 하락폭이 가시화하지 않지만 활황기에는 상한이 없어 상승폭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그들만의 리그' 고급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할까. 시장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지난 부동산 시장을 반추해 보면 어느 유형이든 시장이 확대될 때 수급 불균형과 속도 차이에서 오는 가격 조정은 늘 있었다.

자산이 많은 주 수요층도 경기, 금리 등 거시적 환경 변수에서 벗어날 수 없고 수요 일부는 강남 신축 고가 주택 시장으로 흡수·분산 등 하락 요인 또한 있어 향후 공급량, 분양 가격과 함께 특히 유효수요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5년 이내 입주 예정 물량이 집중된 만큼 국내 고급주택 시장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일반과 고급 주거의 시장 양분화는 이미 시작됐고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 하는 집값을 낼 수 있는 수요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투자 대상으로, 누군가에게는 살고 싶은 드림하우스로 다가올 것이다.

고가 주택과 고급주택의 차이는 사용 가치가 가장 크게 결정한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해볼 대목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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