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제 후회수’ 특별법 논란
국회심의 생략해 법조문 불완전
피해자 구제할 재정 규모 쟁점
“문정부 집값 급등이 피해 키워”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 성과 및 과제 토론회가 개최된 모습. <김유신 기자>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예금을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국토연구원 주최 ‘전세사기피해지원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통과를 강행하려는 ‘선(先)구제 후(後) 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에 해당하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비롯한 채권 매입기관이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담았다.

이후 채권매입기관은 직접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가장 큰 쟁점은 재정 투입 규모다.

현재 시민단체 등은 4000억~5000억원가량이면 선구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3조~4조원가량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한시법인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해 내년까지 나올 피해자 수, 채권 평가액, 매입가격 하한선 등 가정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4월 18일자 A1·5면 보도
다만 현 시점에서 재정투입 규모 추산은 무리라는게 정부 입장이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지원 총괄과장은 “주택마다 가압류, 선순위, 조세채권 등 권리관계가 복잡해 ‘진실게임’식 재정 투입 규모를 논하는 건 큰 의미 없다”면서도 “대규모 재정 투입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청약통장 예금 등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쓰는 안에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충분한 법안 심사 없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 돼 조문이 여러 해석을 낳는 등 불명확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별법 개정안에서 채권매입가격 하한선을 제시하고 있지만, 최우선변제금 수준인지 또는 보증금의 30%인지 해석이 나뉘어 조문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선구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 발생이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국회에 올라온 개정안에 따르면 보증금채권매입 대상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명시돼 신탁사기, 무권계약 등 법상 ‘전세사기 피해자’에서 제외된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다.


개정안 통과에 따른 정책의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개정안은 국회 통과 시 공포 후 1개월 뒤부터 시행되도록 규정했다.

채권매입기관인 HUG가 가치평가, 계약 체결, 회수 등을 전담하는데 인력과 비용 모두 구비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사고로 인해 지난해 당기순손실 3조8598억원을 기록해 채권을 매입하고 회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전세사기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있고, 시장 활황에 따라 정부의 세수가 늘어났던 만큼 일부를 피해자들에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는 과정에서 주택에 대한 투자가 유입되며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졌다”며 “부동산 활황기 정부 세수가 증가했는데, 이 중 일부를 집값 급등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쓰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