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뜯어보니 우리 특허침해 수백건”...‘1등 기업’ 소송팀 꾸렸다

확인된 전략특허 침해만 580건
소재·공정·전극 등 다방면 피해
김동명 사장 “소송 등 강력대응”
특허 라이선스 시장 구축 추진

글로벌 배터리 기업 A사는 B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B사 전기차 배터리를 분석해본 결과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극·셀 구조 등 핵심 소재와 공정에서 특허 침해가 무려 30건 이상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같은 ‘특허 무임승차’에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불법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소송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다.

글로벌 배터리 특허 라이선스 시장을 조성해 배터리 산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이끈다는 계획도 세웠다.

24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최고경영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필수 요소는 지적재산권 존중”이라며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 침해가 지속될 경우 특허침해 금지소송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현지 전문가를 확보해 글로벌 소송 역량을 강화하고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해외 IP(지적재산권)오피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본사에서는 CTO(최고기술책임자)산하 특허센터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허 승차에 대한 강경 대응은 LG에너지솔루션 IP에 대한 후발기업의 무분별한 침해 사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조차 배터리 공급사 선정시 특허권 준수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등 시장 왜곡이 심각하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 주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략특허 1000여개 중 실제로 경쟁사가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만 580건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전략특허는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표준기술로, 대체기술 개발이 어려워 후발 기업들이 상업생산 과정에서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특허를 말한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기기 제조업체에 납품되는 B사 배터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특허 50건을 무단 사용했다.

더블 레이어 코팅 기술과 탄소나노튜브(CNT) 선분산 기술 등 핵심 공정기술을 접목한 전극설계 특허에서도 다수의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 등에서도 기술 침범이 우려된다는 것이 회사 주장이다.

김동명 CEO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과 유럽 소재 후발 기업들이 특허 무단 사용으로 유럽, 중국, 동남아 등으로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15년 28GWh(기가와트시)에서 2023년 706GWh, 2035년에는 5256GWh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무단 특허권 사용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특허풀(Pool)이나 특허권 매각, 로열티 등 수익화 모델을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시장에서 침해 중인 특허를 중심으로 글로벌 특허풀을 통해 주요 특허를 단계적으로 라이선스할 예정이다.

선도업체는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를 받아 기술개발 등에 투자하고, 후발기업은 정당한 특허권 사용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김 CEO는 “선도업체로서 합리적인 라이선스 시장 구축에 앞장서 특허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수취하고, 미래 핵심 기술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LG에너지솔루션만의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년간 배터리 연구·개발에 약 45억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등록기준 3만2000건, 출원기준 5만8000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후발기업들이 특허출원 수를 급격히 늘려도 이미 광범위한 영역에서 핵심 특허를 선점한 선도자들의 지적재산권을 피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