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외국인, 국내증시서 짐싸나…닷새 만에 1.2조 순매도

美 금리인하 멀어지자 원화값 하락에 이탈
석달간 5조 넘게 샀던 삼성전자도 순매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연초 밸류업 장세 속에서 국내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연초 이후 3월 말까지 15조원의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지난주 이후에는 순매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 냉각이 두드러진 상황이어서 이번주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일대비 30.28포인트(1.17%) 오른 2622.14를 기록하고 있다.


단기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에 코스피는 급반등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시간까지 2515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6거래일 가운데 5거래일 동안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일일 순매도 규모를 보면 지난 15일 2380억원, 16일 2702억원, 17일 1692억원, 19일 3489억원, 이날 2500억원대로 닷새 동안 1조3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더군다나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주 선물시장에서도 3조2872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통상 현물과 선물 동시 매도는 지수 하락 베팅으로 해석된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말부터 국내 증시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2조9522억원, 12월 3조675억원, 올 1월 3조4829억원에서 2월에는 7조8583억원으로 늘었다.

3월에도 4조4285억원의 순매수세를 보였고 이달에도 12일까지 누적 순매수가 3조3405억원이나 됐지만 최근 순매도로 월간 누적 순매수가 2조5819억원으로 줄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달러당 원화가치의 약세가 꼽힌다.

달러당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손실을 입게 된다.

지난해 말 1288.0원이었던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 1382.2원까지 7.31%나 하락했다.


달러당 원화가치의 약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될 것이란 전망과 관련이 있다.

당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6월이나 7월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주류였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여전히 3%대에 머물면서 9월에나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연준 관계자들은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렵다거나, 오히려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여기에 중동 리스크로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증시를 떠받치는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을 보면 1위가 SK하이닉스(5350억원), 2위가 한미반도체(1396억원)로 AI(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종목이었다.

외국인들이 올해 들어 3월말까지 5조5024억원어치나 사들인 삼성전자도 지난주엔 407억원어치를 팔았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AI반도체뿐만 아니라 전체 반도체 업황도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것을 기대하며 가격에 반영해 오던 시장이었으나 이번 주 ASML과 TSMC 실적 거치면서 해당 부분에 대한 물음표 크기가 재차 강해졌다”라며 “이번주 있을 빅테크 실적에서 물음표들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나타나기를 기대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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