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얼음판 반도체 경기 ◆
올 초 글로벌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중동 전쟁 확전 등 지정학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시장 기대를 밑도는 반도체 업황 등과 맞물리면서 증시 변동성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10%나 폭락하면서 주가가 762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날 하루 증발한 시가총액만 2000억달러에 달했고 엔비디아 시총은 2조달러가 붕괴됐다.

하루 하락 폭으로는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브로드컴, AMD 등 AI 반도체주도 동반 급락하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4.12% 내렸다.

엔비디아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주가가 98% 올랐다.

결국 단기간 급등의 부담이 큰 가운데 최근 고물가·고금리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데다 반도체 업황을 두고 회의론이 부각되면서 큰 폭의 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한 것은 엔비디아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받아 서버컴퓨터를 만드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잠정 실적 발표를 미룬 탓이다.

이로 인해 이 회사 주가가 23% 폭락했고 엔비디아까지 영향을 받았다.


지난 17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이 전 분기보다 27% 하락한 매출을 발표한 데 이어 18일에는 대만 TSMC가 올해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10% 이상'에서 '10% 수준'으로 하향했다.


전 세계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급등해온 테크주의 차익 실현이 쏟아져 나왔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는다.


주말 사이 엔비디아 쇼크에 22일 또 한 차례 조정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TSMC를 비롯해 일본 도쿄일렉트론, 한국 SK하이닉스 등은 모두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있는 회사로 그간 엔비디아 주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TSMC와 마찬가지로 시장 기대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는 가이던스는 주가 급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에 이번주로 예정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주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이 향후 반도체주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제림 기자 /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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