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한 달 만에 0.4%p↑, 한도는 반토막…내년까지 규제 이어질 듯

[일러스트: 연합뉴스 제공]

약 한 달 새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0.4%포인트 가까이 뛰고 한도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은행이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 등 지표금리가 오른 영향도 있지만,금리 인상과 대출 한도 축소의 상당 부분은 '대출을 줄이라'는 금융당국 압박의 결과입니다.

은행권은 정부가 조만간 대표적 실수요 대출인 전세자금대출의 보증 비율을 낮추는 등 추가 규제에 나설 경우 대출 시장이 더 얼어붙고 실수요자의 타격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늘(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2.981∼4.53% 수준입니다.

한 달 전인 8월 말(2.62∼4.190%)과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각 0.361%포인트, 0.34%포인트 높아진 겁니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92∼4.42%에서 3.22∼4.72%로 올랐습니다.

최저, 최고금리가 모두 0.3%포인트씩 오른 셈입니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13∼4.21%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됩니다.

8월 말(3.02∼4.17%)보다 하단이 0.11%포인트 뛰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달 사이 주요 시중은행에서 2%대 대출금리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런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폭은 시장금리 등 조달비용을 반영한 지표금리 상승 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지표금리로 주로 코픽스를 활용합니다.

코픽스는 쉽게 말해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됩니다.

최근 한 달간 신규 코픽스는 0.95%에서 1.02%로 0.07%포인트 올랐습니다.

결국 0.3%포인트가 훌쩍 넘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오름폭은 지표금리(코픽스) 상승 폭(0.07%포인트)의 약 4∼5배에 이르는 셈입니다.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등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라'고 강하게 압박하자, 은행들이 지표금리에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더 올리거나 거래실적 등을 반영해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줄였다는 얘기입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3∼16일 불과 약 열흘 사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깎아 실제 적용 금리를 0.3%포인트나 올렸습니다.

대출 한도도 크게 줄었습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이 절반 이하로 깎이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의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습니다.

하나은행도 같은 방식의 한도 조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도 '연봉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이전까지 일부 대기업 직장인, 전문직 등 고신용·소득자의 경우 많게는 자기 연봉의 2∼3배의 신용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한 달 만에 대출 한도가 수억 원이나 줄어든 셈입니다.

이러한 정부와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는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등은 지난달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 6%대로 유지하고 내년에는 4%까지 낮추는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이달 초중순 발표 예정인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대책에 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 등 대표적 실수요 대출까지 더 조이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리라든지 조건 측면에서 (다른 대출에 비해)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발언 등으로 미뤄 금융권은 당국이 보증률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전세자금대출 억제에 나설 것으로 짐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