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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교각살우"
기사입력 2018-01-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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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이장우 경북대 교수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투기판처럼 달아오른 가상화폐 시장을 '도박'에 비유하며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정부 규제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고 청와대가 직접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한발 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우리 정부가 빚은 혼선으로 시장이 요동친 다음날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국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규제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와 기술 혁신의 균형을 주의 깊게 보면서 정책 도입에 앞서 당분간 상황을 먼저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을 무너뜨리고 '파괴적 혁신'을 야기하는 '신(新)기술'에 대응하는 한일 양국 태도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미래 흐름에 따라 미세 조정해 나가는 모습이다.

반면 우리는 관료적 명분으로 한 방에 해결책을 찾아 밀어붙이려 하는 느낌이다.

정책이 실패하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명분' 찾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상화폐는 지금 '복잡·혼돈계'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누구도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투기성 버블로 끝날지, 세계 금융 판도를 바꿔놓을 새로운 플랫폼 사업이 될지 짧으면 5년 이내에 판명이 나겠지만 그 사이가 중요하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양극단 모습과는 다르게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방적인 규제나 육성을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예측과 통제가 어려운 미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 될 것이다.


가상화폐의 데자뷔는 '튤립 버블'이나 '바다이야기'에서 찾기도 하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는 17년 전 닷컴 버블에 더 가깝다.

당시 인터넷 산업은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골칫거리였다.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이메일 서비스와 골드뱅크로 기억되는 무리한 인터넷 광고 유치에 이어 한 달 만에 50~100배로 코스닥 주가가 치솟은 투기 광풍까지 몰아쳤다.


정부는 사회 안정을 지키기 위해 규제와 철퇴를 가했다.

그 결과 사회 안정 유지에 기여한 반면 벤처 붐은 꺾이고 오늘날 청년 기업가 정신은 안타까울 정도로 약화됐다.

닷컴 버블로 많은 벤처기업들이 도산하고 선량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았지만 이때 기회를 잡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인터넷 정보통신 혁명을 주도하며 전통의 글로벌 제조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 당시 인터넷 산업에서 한국 벤처기업들은 주도 세력에 속해 있었다.

1999년 다이얼패드는 인터넷 공짜 전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본격 상업화했다.


같은 해 KAIST 대학원생들이 설립한 싸이월드는 오늘날 가상화폐 꼴인 '도토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면서 세계 인터넷 문화를 선도했다.

그 당시 도전이 성공했다면 오늘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대변되는 전 세계 소셜미디어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가상화폐는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버블과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첫째로는 개인의 권력이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강화됐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버블 때는 코스닥이나 나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벤처기업들이 제도권에서 움직였지만 가상화폐는 글로벌 SNS로 연결된 불특정 다수 개인들이 비제도권 거래소에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정보통신 인프라가 완성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개인의 권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반면에 정부나 대기업과 같은 대규모 조직의 권력은 약해지거나 통제력을 잃고 있다.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개인 촛불들이 국가 최고지도자를 바꿔버린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되고 있는 개인 권력을 이미 실감하고 있다.


지금은 가상화폐를 주도하는 소규모 조직들과 300만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정부 권력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 2500만개에 달하는 비트코인 계좌와 연결돼 정부 통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들을 투기에 눈이 먼 어리석은 존재로만 간주해서는 미래 흐름에 정확하게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는 정부나 국민도 인터넷 버블을 거치면서 경험이 쌓여 있다.

특히 정부도 개인도 실수하기 쉬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한번에 큰 정책으로 성급히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실패를 활용해 미세 조정(Fine Tuning)하면서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버블도 결국엔 터지면서 부작용들이 스스로 정리돼 산업이 제자리를 잡고 생태계가 건강하게 형성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버블로 인한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거래 금지나 거래소 폐쇄와 같은 극단적 '한 방'의 대책은 '교각살우'라는 잘못을 범할 가능성이 크다.

비유하자면 인터넷 버블이 무서워서 기존 우편 사용을 강제하면서 부작용 많은 이메일을 금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 가상화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제 영역에 있다.

산업화와 지식경제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대부분 고차방정식과 같은 난해한 문제들을 풀어왔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식과 전문성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면 대부분 해결된다.

문제를 구성하는 인과관계가 단지 어려울 뿐이지 명확히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화폐와 같은 문제는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 인과관계가 밝혀지거나 영원히 인과관계를 알 수 없는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영역에 있다.

이러한 영역에서는 일반인보다 수십 배 지식을 가진 학자나 많은 경험을 쌓은 전문인들도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오로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나아갈 뿐이다.


가상화폐를 진흥할 것인가, 규제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는 4차 산업혁명의 고빗길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국가적으로 필요함을 대변하는 현상에 더 가깝다.


가상화폐는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각 국의 접근 방식을 보면 향후 4차 산업혁명 대응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국가별 대응 방식을 분류하면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권에 편입해 허용하는 국가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으로 금지하는 국가로 대별된다.

전자는 미국, 일본, 스위스, 홍콩 등으로 주로 개방자율형 국가들이다.

반면에 후자는 러시아와 중국 등으로 조정통제형 국가들이다.

격변하는 미래 흐름에 창의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방자율형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닷컴 버블' 시절 다이얼 패드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 세계에 그 존재감을 떨쳤지만 지금은 본의 아니게 은퇴한 창업자를 우연히 만났다.

과거를 되새기며 사업가로서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고등학교까지 외국에서 자라 영어가 더 편했지만 부모와 선배들의 애국적 권유로 실리콘밸리가 아닌 한국에 본사를 둔 것을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새로운 기술 출현과 이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을 겁낸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미래의 새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반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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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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