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TV 개국포럼…블록체인 기반 '원아시아' 전략 본격 시동

#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제주도로 여행을 왔습니다. 과거 같았으면 환전소를 찾거나 신용카드 수수료, 해외 결제 정산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겠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앱 '그랩페이(GrabPay)'에 충전된 싱가포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XSGD)만 있으면 제주도 카페에서도 QR코드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습니다.

◇ 국경 간 결제 시연…"수수료는 줄고 속도는 빨라져"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각국의 정책 대응과 기술 확산, 민간의 실생활 적용 사례가 집중 조명됐습니다.

매일경제TV는 오늘(1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열린 개국포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원아시아’ 실현 구상에 시동을 걸며 동북아 디지털 금융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날 자리에서 김지윤 DSRV 대표는 국경 간 결제를 시연하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원가 수준의 지속 가능한 금융 인프라가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연에서는 싱가포르 사용자가 XSGD를 그랩페이에 충전하고, 한국 내 상점에서 QR코드를 통해 결제하면 상인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KRWb)으로 정산받는 구조가 소개됐습니다.

김 대표는 "달러 매입·브랜드 수수료·환전 수수료 등 복잡한 중간 단계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이용료로 대체할 수 있다"며 "기존에 2~5일 걸리던 정산이 2초 만에 가능해지고, 수수료(카드 결제 3~5.0% 이상)가 0.2~0.5%(스테이블코인 결제)로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 스테이블코인, '미래 자산'에서 '현재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와 1:1로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입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변동성 자산과 달리, 실생활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연간 거래액은 24조 달러로, 이는 비자의 119%, 마스터카드의 20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올해 기준 시장 규모는 2천2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국내 거래량도 8조 원에 달합니다.

현재는 USDT(테더)와 USDC(서클)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싱가포르 디지털 결제 기업 스트레이츠엑스(StraitsX)의 티엔웨이 리우 CEO는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기반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경 간 실시간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결제와 정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숨은 금융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트레이츠엑스는 싱가포르 금융청(MAS)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기업으로, 싱가포르 달러(XSGD), 미국 달러(XUSD), 인도네시아 루피아(XIDR)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발행된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유통량 전액에 대해 1:1로 준비자산을 확보하고 있으며, 외부 감사와 관련 보고서를 매월 두 차례 정기적으로 공개합니다.

스트레이츠엑스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칼루 사무국과 함께 '디지털 바우처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한 바 있으며, 아마존과 채권 토큰화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그랩(Grab), 비자(Visa), 국내 DSRV 등과 함께 실생활 결제 사례 확산에 나서고 있습니다.

◇ 글로벌 규제정비 속도…한국도 대응 본격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위해서는 ▲ 기술 진입 장벽 ▲ 신뢰 부족 ▲ 규제 불확실성 등 3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리우 CEO의 진단입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제정이 임박한 가운데, SEC는 커버드 스테이블코인을 증권이 아닌 자산으로 재분류했습니다.

홍콩은 2주 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발행자 요건과 자산 보유 기준을 명시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미카(MiCA)' 규제 체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리우 CEO는 "앞으로는 단순한 거래나 유통을 넘어, 1:1 국가 통화 연동 자산을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규제 당국이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실시간 QR코드를 통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DSRV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 대통령 "디지털 자산 주권 확보"…국회도 잰걸음

우리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스테이블코인 의존도를 낮추고 디지털 자산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으며, 한국은행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이날 국회에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발의됐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본 요건 완화(50억 원→5억 원), 환불 준비금 제도 등 시장 활성화와 제도화를 위한 핵심 조항이 담겼습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은 "그간은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시장 활성화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디지털자산위원장)은 "이제는 통화의 발행지가 아니라 어디서 쓰이고 연결되느냐가 패권의 기준"이라며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통해 통화정책 투명성, 발행자 책임성, 소비자 보호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과학기술계 "국가 통화주권 지키려면 제도·앱 기반 필요"

국내 주요 과학기술계 인사들도 이날 포럼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흐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가상화폐'가 아닌 '디지털 화폐'로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며 "디지털 화폐는 국경이 없는 자산인 만큼 국가의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편의성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국민들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앱과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성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과학기술계도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문애리 한국여성과학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도적 정비는 물론,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정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 "중소기업엔 여전히 낯선 개념…교육 확대 필요"

이 외에도 이달곤 동반성장위원회 회장은 "중소기업계는 여전히 스테이블코인이 낯선 개념"이라며 "정부·국회·언론 차원의 교육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제도 논의와 민간 사례가 함께한 포럼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했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대응하려면 입법기관과 규제당국, 민간사업자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개인이 스테이블코인을 사고, 은행이 주문하는 시대"

이번 포럼은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금융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전 세계가 디지털화폐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빠르게 마련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이미 외국인 연사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라며 "이제는 개인이 스테이블코인을 사서 보관하고, 은행이 주문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글로벌 금융 변화가 이미 시작됐지만,
대한민국의 제도·인프라 준비는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인철 매일경제TV 대표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의 금융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핵심 동력"이라며 "매일경제TV는 앞으로도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이유진·구민정 기자 / ses@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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