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장이 인공지능(AI) 로드맵과 관련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크래프톤


글로벌 히트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배그)'를 만든 크래프톤이 그동안 쌓은 인공지능(AI) 캐릭터 개발 역량을 활용해 실제 로봇을 움직이는 '피지컬 AI' 개발에 착수했다.

최근 발표한 오픈AI와의 협업과는 별도로 크래프톤만의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도 추진한다.


이 회사의 AI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크래프톤이 보유한 CPC(Co-Playable Character)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면 두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연구개발(R&D)에서 시작하여 추후 사업화도 검토 가능한 고도화된 기술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크래프톤은 딥러닝본부 안에 피지컬AI 팀을 신설하고 로봇 분야 전문인력도 영입했다.


CPC는 크래프톤이 엔비디아와 협업을 통해 만든 AI 캐릭터다.

CPC는 정해진 대사와 행동만 가능한 기존 NPC(Non-Playable Character)와 달리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상황을 파악해 유연하게 대응한다.

CPC는 지난 3월 출시된 신작 게임 '인조이'에 '스마트 조이'라는 이름으로 탑재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대화 능력뿐 아니라 가상 공간 내에서 신체를 다뤄본 경험과 공간지각력까지 갖춘 AI 캐릭터인 CPC를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로봇 제조 기술과 결합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CPC가 챗GPT와 가장 다른 점은 자신이 몸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이라며 "CPC 기술을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실제 현실에 적용할 때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와 관련한 협의도 진행했다.

실제 지난 4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체화 AI(Embodied AI)를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등 로보틱스와 관련한 협력을 논의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LLM을 개발한다는 계획도 고려 중이다.

이 본부장은 "기업의 이익을 떠나 (자체 LLM을 만드는 것은) 국가적인 미션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도 이제는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생각되는 만큼 국내 AI 생태계 구축과 인력 양성 측면에서 LLM 개발을 전략적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대표 초거대 AI 모델 육성 사업인 '월드베스트 LLM' 공모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기존에는 자금과 인력 면에서 국내 기업이 LLM을 만드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올해부터 정부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선행 연구는 계속하고 있었고 내부 경험도 쌓여 있는 만큼 공모 참여를 전략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이 그동안 배그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여기에 발맞춰 국가적으로 기여할 방안을 LLM 개발로 찾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게임 속 AI 기술도 고도화한다.

이 본부장은 "이용자와 실시간 음성 대화뿐 아니라 함께 팀을 이뤄 플레이까지 가능한 CPC를 배그에 탑재하려고 한다"며 "더 좋은 성능의 CPC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LLM 기반의 캐릭터도 추가로 선보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크래프톤이 AI 사업을 강화하면서 2022년 출범 당시 20여 명에 불과했던 이 회사 딥러닝본부 인력 규모는 현재 103명으로 5배 늘었다.

올해도 확장을 이어가 총 120명까지 충원한다는 목표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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