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이재명표 경제 정책...핵심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한영도 더불어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 인터뷰
-인공지능 분야 100조 투자
-4.5일제 정착 위해 포괄임금제 전면 재검토
-상법 개정 등 통해 코스피 5000 시대 준비

한영도 더불어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 (더불어경제위원회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직속 기구인 민주광장위원회 산하 경제 자문 정책 기구인 ‘더불어경제위원회’가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각계 각층의 경제 전문가들이 후보의 경제 정책 수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재명표 경제 정책의 핵심은 무엇일까. 한영도 더불어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더불어경제위원회는 인공지능(AI) 관련 정책 제안을 활발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가 현재 내놓은 정책 외에 구체적으로 제안을 준비하는 정책이 있나. AI 인재 육성 방안, 그래픽카드 확보 등 정책이 준비됐는지.
A. 우선, 인공지능 분야에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기초연구에서 상용화까지, 그리고 인재 양성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범위다.

특히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고성능 GPU(그래픽카드)를 5만대 이상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장비에 대한 공동구매와 장기계약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K-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GPU 국산화 및 AI용 반도체 개발 생태계 조성도 병행하려 한다.


AI 인재 양성 부분도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

광주 AI 시범도시 조성 공약과 연계해 대학·연구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AI 대학원 설립, 해외 연수 및 산학 프로젝트 중심의 글로벌 AI 리더 육성 프로그램, 그리고 전 국민 대상 AI 리터러시 교육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 연산 인프라, 인재, 사회적 활용까지 AI 산업의 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입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Q. 여성 기업인 지원책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준비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또 남성 역차별 논란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지.
A. 여성 기업인이 여전히 제도 바깥에서 소외되거나,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인프라 산업처럼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가 강한 분야에서 여성 대표 기업이 공공 입찰이나 대기업 협력망에 진입하는 데 있어 상당한 장벽이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 조달 참여 여성 기업 가점제’ ‘여성 창업 연구개발(R&D) 연계 지원’ ‘여성 기업 참여 실적 공시 의무화’ 등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제도화를 추진할 것이다.

단순히 여성 기업에 대한 포괄적 지원을 넘어서, 각 산업별 맞춤형 접근도 병행될 계획이다.

이에 더해 기존 산업에서 암묵적으로 작동하던 남성 위주의 영업 문화나 접대 중심의 B2B 관행을 개선하는 구조적 개입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입장이다.


‘남성 역차별’이라는 프레임은 사실 현재 우리 사회의 실증적 데이터를 볼 때 과도하거나 왜곡된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다.

육아·출산을 병행하는 여성 근로자의 이직률은 남성보다 최대 2.5배 높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서 이중부담을 지고 있으며, 단기성 혜택이나 비정기 보상책으로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Q.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여러모로 논란이 많다.

일각에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려는 이유, 그리고 어떤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A.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려는 핵심 이유는 디지털 자산과 제도권 금융 간의 구조적 단절을 연결하기 위함이다.

현재 국내 금융법상 대부분의 거래는 실물 원화 기반으로 정산돼야 한다.

증권형 토큰(ST)이나 실물자산 토큰화(RWA) 같은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반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실시간 정산이 어렵다.

이에 따라 법정통화인 원화를 기반으로 하되, 디지털 환경에서도 스마트계약 기반으로 실시간 결제·정산이 가능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대효과는 단순한 결제 편의성을 넘어선다.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제도 안으로 포섭하는 전략적 인프라 구축에 있다.

특히 향후 STO, RWA, CBDC와 같은 다양한 디지털 자산들이 상호 운용되는 융합형 거래소가 구축된다면, 해당 플랫폼에서 실질적 결제·정산 수단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더불어,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과정에서 규제당국과 기술사업자 간 실효성 검증이 병행된다면, 향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그 범용성을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는, 초기에는 제한된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책적 성공을 위한 핵심이라고 본다.


Q. 한국 수출 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경쟁력, 특히 제조업 강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 중인가.
A. 현재 한국 수출 산업이 직면한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마더팩토리’ 전략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내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 R&D, 상용화 테스트베드 확대 등을 통해 지역거점별 첨단 제조 생태계를 조성하고, 디지털 제조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철강,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은 공급 과잉, 수요 감소, 글로벌 감산 압력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보다 선제적인 산업 구조 고도화와 기술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해당 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 연료 전환 지원, 설비 전환을 위한 정책금융, 수소 기반 연소 기술 도입, 재생에너지 연계형 공장 전환 등의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기적 보전이 아니라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투자 중심의 재편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Q. 소상공인, 자영업 내수가 얼어붙었다.

이들을 살리기 위한 내수 진작책, 소상공인 지원책 등을 준비하고 있나.
A. 소비 촉진을 통해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상권르네상스 2.0 비전을 적극 실행할 것이다.

이는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의 발행 규모 확대, 저금리 대환대출 및 이차보전 등 정책자금 확대, 불법 계엄 피해 소상공인 지원, 임대료·인건비·에너지비용 지원 등 종합대책 마련, 폐업지원금 및 재도전 금융 지원 확대, 온라인 시장 공정거래 및 상생 질서 확립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소상공인 경제 구축을 위해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 도입을 통해 목돈 마련 기회를 제공하고, 폐업 시 지원금 현실화 및 대출금 일시상환 유예 요건을 완화해 재기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공정한 배달 문화를 위한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 대출 상환 부담 완화,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추진 등 채무자 중심의 금융 지원 체계 구축 방안도 강구해나갈 것이다.


Q. 이재명 대표는 주 4.5일제 도입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 기대되는 효과 등은 무엇인가.
A. 2030년까지 연간 노동 시간을 OECD 평균 이하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주 4.5일 근무제 도입하고 안착시킬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 대전환 시대에 부응하여 단순히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통해 생산성 증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제도다.


주 4.5일제를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지원을 원칙으로 할 것이다.

중소기업, 제조업 등 도입이 어려운 업종에 실질적 지원 집중할 예정이다.

임금 보전 장려금, 업무 프로세스 개선 및 공정 자동화 등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과 설비 지원, 4대보험 일부 감면 또는 세액공제 등 도입 초기 기업의 초기 부담을 완화하는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


동시에 포괄임금제 전면 재검토 및 연차 휴가 소진율 보장을 통한 실근로 시간 단축에도 나선다.

실근로 시간과 무관하거나 과도하게 산정된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통해 실노동 시간 기반의 공정한 보상 체계로 개편하고, 연차 일수 확대 및 사용률 제고를 통해 실질적인 휴식권 보장을 확대한다면 총노동 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 주식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재명 후보는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는 정책 공약을 발표했는데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A.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단순히 숫자 목표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시장 질서, 기업 지배구조, 투자 환경 등 다방면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대한민국 중장기 경제 산업 성장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투자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단순히 유망 산업 몇가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산업의 성장 단계별 목표, 정부 지원 정책, 규제 개선 방향 등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다음으로 주가 조작, 불공정 거래 등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엄벌할 것이다.

현재 처벌 수위로는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한 번의 위반으로도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립하려 한다.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향상을 위해서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경영진이 단기적인 이익이나 특정 주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또한 자사주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할 것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고, 소각 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Q.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많이 거론한다.

포스코, KT, KT&G, 금융지주회사 등 소유분산대기업의 경우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전형적인 문제는 이사회나 경영진에 의한 참호구축(Entrenchment)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들이 견제와 감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있나?
A. 국민연금 같은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셀프 연임’ 문제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이나 객관적인 성과 평가나 공정한 절차 없이 이뤄지는 CEO의 연임 시도에 대해 주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더욱이, 소유분산기업의 CEO나 사외이사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추세다.

특히, CEO의 셀프 연임은 이사회 구성원들과의 유착 관계,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그리고 결과적으로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은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이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CEO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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