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공급 단가를 최대 3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다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이 늘어나면서 고객사를 상대로 인상분을 전가하는 모습이다.
대만 공상시보는 19일 업계 소식을 인용해 "TSMC가 전체 파운드리 단가를 약 10% 인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4
나노 공정 반도체 가격은 약 30%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분은 건설비·인건비·운영비가 대만 본사 대비 훨씬 높다 보니 단가 인상 폭을 크게 잡은 셈이다.
TSMC는 이번 인상을 통해 미국 공장 증설에 따른 투자 비용을 상당 부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TSMC 결정에 힘을 실어줘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을 만난 뒤 "TSMC의 파운드리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서 "TSMC의 공급 단가는 모든 고객사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엔비디아를 포함한 일부 대형 고객사가 특혜를 받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는 현재 TSMC의 차세대 2
나노 공정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2
나노와 같은 첨단 공정은 종전 웨이퍼보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와 TSMC 간 가격 논의가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가격 인상에 우회적으로 찬성한 까닭은 TSMC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엔비디아뿐 아니라 애플, AMD, 인텔, 퀄컴, 미디어텍 등 다른 주요 고객사 역시 TSMC 생산 라인을 선점하려는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TSMC의 이러한 조치는
삼성전자에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
고객사들이 TSMC의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앞서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스위치2'에 탑재할 엔비디아의 '테그라 시스템온칩(SoC)'을 8
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역시 연내 2
나노 공정에 착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가 경쟁력 있는 수율과 가격을 제시한다면 일부 고객이
삼성전자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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