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과학축제 가볼까...로봇개랑 달리고, XR로 반도체 공장 체험해요

16~20일 대한민국 과기축제
대전서 역대최대 규모로 개최
일상을 바꾸는 기술들 선보여

지난 1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등이 전시 내용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전컨벤션센터의 전시장, 북적이는 인파 사이로 로봇개가 뛰어다닌다.

로봇개 위에는 KAIST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탈모방지 샴푸 4개를 올려놨다.

샴푸가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로봇개는 안정적으로 빠르게 달렸다.

그 옆에는 학생들이 XR 기기를 쓰고 반도체 제조 공정을 체험하고 있다.

한 아이는 홀로그램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로봇을 조작하며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 축제인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가 지난 16일 대전에서 개막했다.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매년 과학의 달에 열리던 3개 행사를 최초로 통합해 역대 최대, 국내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정부출연연구소들은 물론 과학기술원, 대학과 기업들이 참여해 과학강국의 연구 성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올해 축제 현장에서 본 최근 연구개발의 트렌드는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었다.


GIST 전시 부스에는 치과용 의자가 놓여 있었다.

겉보기에는 치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 같지만, 앉았을 때 사용자의 경험은 다르다.

송은성 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가 연구한 이 의자는 골전도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환자들이 치과 진료의 소음을 느끼지 못하게 해준다.

소리 합성 기술을 이용해 환자는 진료받는 동안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은 “치과에 방문한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소음인데 이 기술은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과학”이라고 설명했다.


나노종합기술원은 반도체 제조 공정을 체험할 수 있는 XR 기술을 선보였다.

XR 기기를 쓰면 눈앞에 반도체 제조 시설이 펼쳐진다.

나노종합기술원은 학생이나 반도체 업계 재직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데, 보다 효과적이고 생생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이전까지는 제조 기기가 비싸고, 연구원들이 매일 제조 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 어려웠다.

관계자는 “이 기술을 도입한 이후 피교육자들의 반응이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단돈 2000으로 만든 로봇 손
KIST가 개발한 원격 조종 로봇. 멀리 떨어진 사람이 홀로그램으로 조종할 수 있으며, 페트병 소재로 만든 로봇손이 달려 있다.

[사진=최원석 기자]

이외에도 UNIST는 환자가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재활 로봇을, KIST는 페트병을 이용해 단돈 2000원으로 만든 로봇 손을, 블록체인 기업 지크립토는 선거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전자투표시스템을 선보였다.

이처럼 이날 행사에는 고가의 첨단 기술보다 사람들이 평소에 느끼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들이 많이 공개됐다.


가장 사람들이 붐빈 곳은 KAIST의 ‘폴리페놀팩토리’ 부스였다.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가 창업한 이 기업은 탈모 방지 샴푸를 출시한 스타트업이다.

샴푸가 출시된 지 1년이 막 지났지만 사람들은 이 교수에게 “샴푸를 잘 쓰고 있다”고 했다.

의공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리그닌으로 머리를 코팅해 탈모를 완화하는 샴푸를 개발했다.

각종 온라인몰과 이마트, 올리브영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품절이 잦아 웃돈을 붙여서 판매할 정도로 인기다.


이 교수는 “확실히 실생활에 적용되는 연구개발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0년 첫 창업을 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교수가 연구를 해야지 무슨 창업이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앞장서 기술사업화를 강조하고 이날 행사에도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상에서 체감하는 연구개발이 많아졌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일상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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