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신경외과 전문의, 그리고 특허부자. 모두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을 수식하는 말이다.

척추질환 치료에 평생을 바쳤다는 박 원장은 치료법에 관해 국내외 19건의 특허와 12건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수술적 방법부터 비수술적 방법까지 특허 내용도 다양하다.


박 원장이 척추질환 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 국내 의료계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척추 수술을 위한 기술이나 기구 등은 미국·일본·독일에서 수입하는 것이 전부였고, 국내에서는 이를 제조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했다.

박 원장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강사로 근무하던 때, 당시 국내 의료 현장은 해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치료법을 해외에 의존하게 되면 환자의 부담은 커진다.

수입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개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를 지켜보던 박 원장은 고민 끝에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많은 척추 수술 경험과 의료 지식을 활용해 자신만의 치료법을 구체화하기로 한 것이다.


박 원장의 특허 중 대표적인 수술법이 'Bioflex 반강성고정술'이다.

기존의 강성고정술은 척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주로 티타늄 일자형 로드를 사용한다.

이 티타늄 로드의 강성이 지나치게 높아 척추의 하중 분배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다.

강성고정술을 받은 후 3~5년이 지나면 약 30%가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박 원장의 반강성고정술의 핵심은 니티놀이라는 특수합금 소재와 스프링 구조의 로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강성고정술이 갖는 문제점인 인접 분절의 퇴행을 최소화하면서 유연성을 지닌 고정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박 원장은 두 개의 홈을 가진 스크루 헤드 구조를 만들어 척추의 각 분절을 독립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했다.

만약의 상황에 발생하는 재수술에도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수술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특히 전방부에 삽입되는 긴 원통형의 나선 케이지는 후방부의 로드에 집중되는 하중을 대부분 분담해 내구성과 안전성을 높이도록 고안됐다.

이는 단순한 '고정 장치'가 아닌, '척추 생체역학을 고려한 고기능성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이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미국·중국 등에서 특허를 획득하며 글로벌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척추질환을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척추 수술은 침습적 특징 때문에 경우에 따라 회복이 늦어지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고령 환자들은 척추 수술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박 원장은 비수술적 치료법인 추간공확장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추간공확장술은 협착이나 유착으로 좁아진 신경 통로인 추간공을 인대 절제만으로 넓히는 시술이다.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생화학적 염증 유발 물질을 함께 배출할 수 있다.

박 원장은 기존 도구보다 직진성·방향성·조향성을 높인 도구를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최근 품목 추가를 완료했다.


박 원장은 "그 덕분에 시술 시간은 더욱 줄이고 시술의 완결성과 안정성은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경이 통과하는 길이 좁아졌다면, 그 길을 넓히는 것이 우선이다.

추간공은 신경가지의 통로이고, 그 공간에 거미줄처럼 얽힌 인대를 최소한으로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척추질환은 치료하고 나서도 다양한 형태의 통증을 겪을 수 있다.

박 원장은 이런 통증에 쓸 수 있는 나노 무기물 기반의 전문 한의약품을 만들어 상표까지 등록하기도 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항암 치료 후 신경통 등 이른바 '신경병증성 통증'에까지 사용 가능하다.


박 원장은 최근에도 추간공확장술과 반강성고정술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키트 구조 개선, 모듈형 Bioflex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일본 및 미국 특허 등록도 순차적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서울 광혜병원 관계자는 "이번 기술 개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고 있으며, 곧 해외에서도 제품 등록과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완벽한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최선으로 여겼던 기술도 끊임없이 개선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며 "인공지능(AI) 기반 척추 내비게이션,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시스템, 신소재 접목 등을 통해 척추 치료 기술의 미래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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