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단 왼쪽)이 정·관계 인사들과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자신이 서명한 상호관세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상호관세가 백악관의 공식 문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소개한 차트상 수치가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이 같은 혼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로 엉성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소개한 차트와 실제 백악관이 게시한 행정명령 부속문서에는 다른 숫자가 기재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한 차트에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로 발표했지만, 부속서에는 26%로 쓰여 있다.

인도는 26%로 발표했지만 부속서에는 27%로 기재돼 있고, 태국은 36%로 발표했지만 37%로 적혀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관세율과 행정명령 부속서상 관세율에서 차이가 나는 오류 사례가 14개국에 달했다.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확인 요청에 백악관 관계자는 '조정된' 수치라면서 "행정명령 부속서에 표기된 수치(26%)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불공정무역 관행을 언급하며 한국을 몇 차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언급하면서 "한국·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으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총 162만대의 약 83%가 국산차였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쌀에 대해 한국에서 물량에 따라 50~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은 전체 수입 쌀에 513%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연간 40만8700t에 대해서는 5% 관세를 적용한다.

미국에 할당된 TRQ 물량은 13만2304t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50%' 발언은 실제 수치를 혼돈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주장을 재차 내놓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MFN은 3.5%다.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거의 10%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비관세장벽"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으며, 현재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작년 기준 0.79% 수준이다.


관세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외딴섬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서부 해안에서 수천 ㎞ 떨어진 남극 근처 허드섬과 맥도널드섬도 10%인 기본 상호관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노퍽섬은 29%의 높은 상호관세를 맞았다.

호주의 나머지 지역보다 19%포인트 높은 세율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노퍽섬이 미국의 거대 경제에 경쟁자인지 의문"이라며 "지구상의 어떤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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