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전쟁 ◆
전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각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비난했지만 대응 수위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서 관세 폭격만은 피하려고 노력한 대만과 일본 등 국가에서 한층 충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발표한 상호관세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3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이번 조치는 수년간의 다자간 무역 협상을 통해 이룬 균형을 무시한 것"이라며 "미국이 국제 무역으로부터 장기간 막대한 혜택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깊은 유감"이라며 "우리는 이미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보복 조치 패키지를 마무리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글로벌 경제 현실에 걸맞은 무역체제 개혁 노력에 기꺼이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협상 메시지도 전달했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을 "신이 선택한 남자"라면서 '아부 외교'에 나섰지만 상호관세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유감을 표명한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할 가능성에 대해 "그것이 적당하다면 전혀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7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대만은 배신감에 휩싸였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고 느끼며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대만의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가 증가한 것은 미국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 제품의 수요 증가, 트럼프 1기 당시 대중 관세 및 수출통제 조치 때문"이라며 "이는 대만이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중국시보는 이날 'TSMC가 괜히 미국에 갔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미국의 대중 관세 장벽의 우회처로 각광받았던 동남아시아는 충격에 빠졌다.
49% 관세가 적용된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라오스와 베트남에 각각 48%, 46%가 적용됐다.
미국의 전방위 관세 공격에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 관세 등으로 맞대응하기 시작하면 세계 자유무역 질서가 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호관세 발표에 반발하는 무역 상대국의 움직임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경고 신호를 보냈다.
베선트 장관은 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에 보내는 충고는 보복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라며 "순순히 받아들인 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라"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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