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중국의 한 해 정책 방향을 정하는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 11일 끝났다.

올해 양회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첨단기술'이다.

총리가 발표하는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등장했고, 정부 과제에서도 기술 발전은 우선순위에 올랐다.

미국발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이 기술 굴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차이나테크 마케팅'의 서막이다.


발단은 화웨이다.

미국의 제재 4년 만인 2023년 8월 화웨이는 자회사가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생산한 7나노칩을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을 깜짝 출시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술렁였고, 아이폰만 찾던 중국 소비자들은 화웨이로 갈아탔다.

이른바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이다.

그 바람은 스마트폰에서 전기차로 불더니 올해 초 '딥시크' 등장 이후 AI와 로봇으로 향했다.

이는 중국 지도부의 차이나테크 마케팅에 불을 댕기는 계기가 됐다.


마케팅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도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87명이 모였다.

애플의 팀 쿡,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몽,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BMW의 올리버 칩제 등 면면도 화려하다.

미국 기업인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점도 놀랍다.

한국을 대표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단순히 포럼 참석을 위해 온 게 아니다.

2년 만에 방중한 이 회장은 중국의 스마트폰·전기차 업체인 샤오미의 베이징 공장을 찾아 레이쥔 회장을 만났다.

이틀 뒤에는 헬기를 타고 선전에 있는 BYD 본사를 방문했다.

전장 사업에서 협력을 타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애플의 쿡 CEO는 중국 이신엔터의 양톈전 회장과 만난 사진을 공개하며 양사 간 협업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쿡 CEO는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관세 전쟁의 선봉장인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과 각각 면담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페덱스의 라지 수브라마니암, 보잉의 브렌던 넬슨 등 일부 CEO는 리창 총리와 만나 미·중 무역 협력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BMW는 알리바바와 차량 탑재 AI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관영언론을 통해 "중국의 발전 속도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치켜세웠다.


차이나테크 마케팅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기업의 대중국 투자 유치다.

기술 발전 촉진과 함께 고질병인 내수 침체와 청년 실업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직접 나서 글로벌 기업 CEO 40여 명에게 '매력 어필'을 했다.


관세라는 채찍을 휘두르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당근을 들고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작년부터 빨라진 '탈중국'이 새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송광섭 베이징 song.kwangsub@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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