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범용 반도체도 관세 ‘만지작’…美 추가 제재 검토에 韓기업 긴장하는 이유는

“中 반도체 산업 지배 견제”
美전자제품 3분의2 탑재
USTR, 11일 청문회 소집
70% 고율 관세 부과할 듯
삼성·SK에 추가압력 예상

중국 반도체 굴기 상상도 (AI 그림)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해 추가 규제 검토에 돌입했다.

지금까지는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으로의 수출을 금지했다면, 이번에는 범용 반도체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제하는 조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각각 중국 시안과 우시·다롄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논의하고자 오는 11일(현지시각) 청문회를 소집했다.

이번 청문회는 불공정 거래 조사를 위한 무역법 301조에 따라 진행한다.

안건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지배를 위한 행위·정책·관행에 관한 조사’다.

중국산 수입 단체,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 정보기술(IT)·전자 산업 관련 단체, 국가 안보·반도체 관련 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국가안보 관련 단체의 의견이 강력하게 반영될 경우,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추가 규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전자제품의 3분의 2가 중국의 성숙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기업 중 절반은 자사 제품에 사용된 반도체의 원산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상무부는 “미국 국방산업과 연관 있는 기업 역시 일부 포함돼 있다”고 꼬집었다.


미 상무부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조사를 벌인 뒤 이를 대통령에 보고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해당 조사를 토대로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10%씩 두 차례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이 최대 70%까지 적용됐다.


중국의 영문 기관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수출 규제와 제재를 강화해 왔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매체는 중국 상무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내 성숙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1.3%에 불과하다”면서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를 수입하는 규모보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하는 규모가 훨씬 크다”고 반박했다.


통상 범용 반도체는 28㎚(나노미터 이상) 성숙공정에서 생산되는 칩을 가리킨다.

DDR4 D램, 마이크로컨트롤러, 전력 반도체,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무선 통신 반도체, 센서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이번 조사는 중국 반도체 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파운드리인 SMIC, D램인 창신메모리(CXMT), 낸드인 양츠메모리(YMTC)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를,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을 각각 생산하고 있지만 주력 공정은 10㎚급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칼날이 국가안보를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뒤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추가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2022년 10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차단하고자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D램은 14㎚ 이하, 낸드는 128단 이상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미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한해 2024년 10월까지 1년간 한시 예외를 둔 상태다.

만약 미국이 향후 예외조치를 연장해 주지 않을 경우, 중국 공장의 지속적인 성능개선은 어려운 상태다.


다만 중국산 법용 칩에 대한 규제가 강해질 경우, 90~180㎚ 공정에서 전력·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DB하이텍이나 55~180㎚ 공정에서 전력·통신 반도체를 양산하는 SK하이닉스 계열사인 SK키파운드리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지속될수록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 전략은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 수요 증가를 활용하면서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동남아·인도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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