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 진짜 이유는 이것 때문이라는데...

도마 위에 오른 LBO(차입매수) 방식
피인수기업 자산 담보로 ‘조 단위’ 대출
과도한 대출이자로 결국 회생 돌입해

법조계 “홈플러스 건 배임죄 적용 어려워”
고의 입증 안 되고, 무일푼 인수 아니기 때문
‘LBO보다는 마트업황 악화’가 본질 지적도

빕스와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과 CJ CGV, 신라면세점 등 유통업계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대형마트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지난 5일 확인됐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발생할 수 있는 상품권 변제 지연 등을 사전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이충우기자]

국내 대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9월 마트 2위 사업자 홈플러스(당시 기업가치 7조원)를 6조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6조원 중 3조2000억원은 펀드 및 투자자 자금을 통해, 그리고 2조7000억원은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인수금융(대출)을 받아 조달했다.


PEF(사모펀드) 업계 한 관계자는 “피인수기업 자산을 담보로 돈을 조달하는 것을 LBO(차입매수) 방식이라고 한다”라며 “법원서 LBO에 대해 엄격하게 보기 때문에, 국내선 LBO 방식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홈플러스 건은 이례적으로 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국내 사모펀드는 SPC(특수목적법인)을 통해 피인수기업을 인수하되, SPC 주식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받는다.


반면 이번 홈플러스 건은 SPC 주식이 아니라, SPC가 투자한 피인수기업(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이야기다.


LBO 방식은 장단이 명확하다.


장점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비용으로 산정돼 피인수기업(홈플러스) 법인세 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피인수기업(홈플러스)의 이자비용이 늘어난만큼, 업무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인수측인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피인수기업 부동산을 담보로 3조원에 달하는 인수금융을 일으킨 건이어서, 그만큼 직접적인 인수비용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단점은 피인수기업의 담보를 이미 제공했기 때문에, 업황 악화·경영실패가 이뤄질 경우 피인수기업이 망가질 수 있다.


세계 최대 장난감 판매회사인 토이저러스가 지난 2017년 파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5년 베인 캐피털과 사모펀드 KKR, 보나도 부동산 신탁은 LBO를 통해 토이저러스를 75억 달러에 인수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했다.


블룸버그 인털리전스의 애널리스트인 노엘 허버트에 따르면 토이저러스는 인수가 이뤄진 뒤 한동안 보유금의 절반을 이자 상환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점포 확장과 판촉, 온라인 사업의 성장을 꾀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완구업계 애널리스트인 짐 실버는 파산보호 신청에 대해 “지난 15년에 걸친 재정적 문제가 누적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됐다”라고 논평했다.


홈플러스, 제2의 토이저러스 사례?
고의 없기에...배임죄 적용 힘들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도 본질은 토이저러스 사례와 유사하다.


홈플러스의 현재 이자보상배율은 0.7배에 불과하다.

즉, 영업이익 가지고 이자의 70%만 낼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금융채권’(점포 임대료, 2조원에 달하는 금융부채 등)의 이자부담을 줄이고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MBK는 LBO 방식을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사실 LBO 방식은 국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란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봉이 김선달처럼, 피인수기업 자산을 쌈짓돈처럼 써서 자신의 이익만 극대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례로, 김춘환 회장이 도급 순위 51위 중견건설사인 (주)신한을 지난 2001년 거의 무일푼으로 인수한 적이 있었다.


당시 김 회장은 (주)신한의 부동산과 예금 등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700억원의 인수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대해 2006년 대법원은 “인수자로서는 피인수회사에 대해 그 부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라는 1심 판결에 손을 들어주며 김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선고했다.


즉, 무일푼으로 (주)신한을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인수자인 김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국내 첫 LBO 판결인 (주)신한 판결 이후로, 국내선 LBO 방식을 통한 인수가 ‘이례적’인 것이 됐다.


홈플러스. [사진 = 연합뉴스]
다만 법조계에선 이번 MBK의 홈플러스 건은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긴 힘들 거라고 보고 있다.


우선, 인수자로서 MBK측은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홈플러스를 인수하는데 썼다.

김 회장처럼 무일푼으로 회사를 인수한 것이 아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만일 LBO로 홈플러스 건을 배임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당시 권한이 있던 홈플러스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당시 상황으로선 배임을 저지를 고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라며 “배임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과도한 차입보다는 마트업황 악화가 본질
LBO방식의 문제는 ‘과도한 차입’인데, 당시 상황으로선 그렇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기업가치가 7조원에 달하던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2조7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은, LTV로 치면 38%의 대출만 받은 꼴이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에 밀려 마트 경쟁력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하락하며 홈플러스가 2021년 이후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번에 기업회생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본질은 LBO라기 보다는 업황 악화에 있다”라고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5년 인수 당시엔 연간 약 8000억원에 달했는데, 현재는 3000억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당시엔 기업가치 7조원이 ‘적정 가치’ 였지만, 이커머스의 약진과 마트업황 부진으로, 현재는 해당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