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4대 금융그룹이 이자이익만큼 비이자이익인 수수료이익도 크게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이자 부문 육성을 주문하면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작년 수수료이익은 10조7201억원으로 전년 9조8368억원에서 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이 40조6208억원에서 41조8760억원으로 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수수료이익이 3배 속도로 신장한 셈이다.
수수료이익 증가액은 총 8833억원으로 이자이익 증가분의 4분의 3 수준이었다.
여기에는 펀드 판매가 크게 이바지했다.
펀드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은행에서 외면받아왔으나 작년에는 투자자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파는 채권형 펀드의 안정성에 주목한 것이다.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이 예금보다 높지만 주식처럼 가격 등락이 심하지 않다.
하나금융은 펀드를 포함한 수익증권 수수료가 1년 만에 14% 늘었다.
방카슈랑스도 금융그룹의 수수료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채널에서 판매를 대행하는 보험으로,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제반 비용이 적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에는 원화값 급락에 따라 달러보험이 불티나게 팔렸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부와 향후 보험금 수령이 모두 달러로 이뤄져 달러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고객에게 인기다.
우리금융에서는 방카슈랑스 수수료가 연간 20% 증가했다.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도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은행과 증권사의 IB 부문은 국내외 기업에 인수·합병(M&A), 증권 발행 등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는데, 2022~2023년에는 국내 M&A 시장이 위축되며 금융그룹 IB 수익도 줄어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M&A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6% 증가하자 수수료이익이 함께 증가한 것이다.
신한금융의 투자금융 수수료는 지난 1년간 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융그룹은 올해도 각종 수수료 부문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계와 기업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해 비이자이익을 늘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부사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증권사의 본격적인 영업 추진에 맞춰 전 그룹 차원의 다각적 영업을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