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니에 총리 불신임…프랑스 내각 62년만에 붕괴
최소 내년까진 여소야대 정국
2년 남은 임기 국정동력 잃어
마크롱 “마지막까지 직무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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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
프랑스 하원이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대해 불신임안을 가결하면서 정국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내각 붕괴는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로 62년 만으로, 큰 충격이 불가피하는 분석이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마저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대혼란이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 불신임안이 가결되자 경제·금융위기론이 터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 경제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며 정치위기가 금융위기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분열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프랑스·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스프레드)도 치솟고 있다.
지난주 프랑스·독일 국채 스프레드는 0.9%포인트까지 올랐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유로존 위기 이후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티외 사바리 BCA리서치 수석전략가는 “향후 2년간 프랑스 정치가 마비되며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며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조치도 난항을 겪을 것이기에 프랑스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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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니에 총리(왼)와 마크롱 대통령 [사진 = AFP 연합뉴스] |
예산안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바르니에 정부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해소하려 했지만 동력을 잃게 됐다.
바르니에 총리는 대기업·고소득자를 상대로 193억유로(약 29조원) 증세를 추진하려다 물러났다.
내년 증세 규모는 600억유로(약 89조원)였다.
르몽드는 “다음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12월 31일 이전에 하원·상원에서 예산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법적 논쟁이 예상되지만 미국처럼 셧다운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마크롱 대통령의 거취다.
불신임안 통과를 주도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 등에서는 벌써 마크롱 대통령도 동반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임기는 2027년 3월까지이지만 이미 ‘레임덕’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승부수로 던진 조기 총선에서 구사일생해 극우 정당의 의회 1당 장악을 막아냈지만, 낙점한 총리가 3개월 만에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되며 물러나는 위기에 내몰렸다.
사실 바르니에 정부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지난 6월 의회 해산 이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은 168석을 얻는 데 그쳐 국회 재적 의원(577명)의 과반수(289석)를 확보하지 못했다.
좌파 정당들이 뭉친 NFP가 182석으로 1위,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있는 RN과 그 연대 세력은 143석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통상 의회 1당 출신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범여권과 그나마 결이 비슷한 우파 공화당 출신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그때부터 정부 불신임 위기가 불거졌다.
내각 붕괴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조기 퇴진 가능성을 일축하며 조기 사태 수습 의지를 밝혔다.
다만 넘어야 할 벽이 높다.
당장 마크롱 대통령이 야심 차게 준비해온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도 정부 붕괴라는 정치적 혼란의 부담 속에 치르게 됐다.
7일로 예정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해 주요 정상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프랑스 정계에서는 이 행사를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이 후임 총리 지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후임 총리 후보로는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사회당),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장관(르네상스), 그자비에 베르트랑 전 노동장관(공화당), 브뤼노 르타일로 내무장관(공화당), 프랑수아 베이루(민주운동당)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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