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끊겨도 너만은 안 끊겼는데”…홈쇼핑 사상 초유 ‘블랙아웃’ 이유는

CJ온스타일 송출 수수료 갈등
케이블TV 3개 채널 방송중단
2015년 홈앤쇼핑 이후 두 번째
TV시청자 줄며 수익성 악화
송출수수료 갈등 매년 격화

TV홈쇼핑 업체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사이에 채널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블랙아웃’이 현실화됐다.

송출 수수료를 높여 받으려는 방송사업자와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홈쇼핑업계 간 의견 차이가 계속 벌어지는 양상이다.

5일 CJ온스타일은 이날 자정부로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에서의 방송 송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이어온 송출 수수료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결과다.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송출 수수료를 내려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SO 측은 인상을 고수하며 대립해 왔다.

양측의 수수료 자율 조정이 무산되면서 CJ온스타일과 SO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재 대가검증협의체에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TV홈쇼핑 메이저 4사 가운데 송출 수수료 문제로 방송 중단으로까지 치달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도 CJ온스타일을 비롯해 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이 SO 등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에는 막판 협상이 타결되면서 송출 중단까지 가지는 않았다.

TV홈쇼핑 업계 전체로 보면 2015년 홈앤쇼핑과 SO 남인천방송 간 수수료 갈등으로 방송이 중단된 바 있다.

CJ온스타일은 “케이블TV 가입자 수와 매출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해당 SO 3곳의 감소폭이 특히 컸고, 가입자 비중을 살펴보면 앞으로도 매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송출 수수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방송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유료방송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기본 시청권마저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협회 측은 CJ온스타일이 기존 계약 방식과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60% 이상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CJ온스타일, 케이블 TV 3개 채널서 방송 송출 중단 <사진=CJ온스타일 홈페이지>

CJ온스타일 외에 다른 메이저 3사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현대홈쇼핑은 IPTV사인 LG유플러스와 각각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다.

GS샵도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개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송출 수수료는 TV홈쇼핑 업계가 유료방송사업자(SO·위성·IPTV)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TV홈쇼핑사가 수수료를 내면 방송사업자가 비교적 저렴한 가입비로 시청자를 모을 수 있고, 시청자 수가 늘어나면 TV홈쇼핑 판매도 증가하는 선순환 모델이다.

최근 TV 시청자 수가 줄고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TV홈쇼핑 업황은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같은 위기를 겪는 양쪽 업계가 수수료 협상에서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배경이다.

TV홈쇼핑 주요 7개사의 방송 매출액은 2019년 3조146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6.5%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7290억원(49.1%)으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송출 수수료는 같은 기간 1조5497억원에서 1조9375억원으로 계속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 간 자율 협상만으로는 점점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업황 악화와 소비자 편익을 두루 고려해 정부가 적극 중재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