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강도높은 발언
‘불법적’ 표현도 간접 사용
설리번 “韓민주적 절차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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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16 이충우기자 |
미국 국무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커트 캠벨 부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었다고 평가했다.
캠벨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애스펀전략포럼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 “나는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에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고위 외교당국자가 동맹국 정상의 결정에 대해 ‘오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로 보인다.
그만큼 미국의 부정적 인식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캠벨 부장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사실과 관련해 “그들(한국의 대화 상대방)은 이러한 조치들에 분명하고 굳건하게 맞섰다는 사실과,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일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이 사전에 계엄 선포를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질문을 받자 “내가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한국) 외교부,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등의 한국 정부 내 우리 대화 상대방이 거의 모두 (계엄 선포에) 깊이 놀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벨 부장관은 이어 “사람들이 나와서 이것이 매우 불법적인(illegitimate) 과정임을 분명히 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우리가 여기서 일부 위안과 확신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캠벨 부장관의 ‘불법적’이라는 표현은 본인의 시각을 전제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가 잘못됐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캠벨 부장관은 “앞으로 몇 달간 한국은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동맹(한미동맹)이 절대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잘 작동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깊은 우려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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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진 =연합뉴스] |
그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로부터 한국 계엄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한국의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한국의 대화 상대방과 사적으로 소통하며 그 중요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계엄 선포가 “우리의 깊은 우려를 야기했다”며 “대통령이 국회의 헌법 절차에 따라 계엄령을 해제했고, 지금 일어난 일에 대응한 일련의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한국의 민주제도가 적절히 작동하는 것이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곳에 경종을 울린 다소 극적인 발표(계엄령) 이후에도 이러한 절차가 작동하는 것을 목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발현과 민주적 회복성(resilience)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이며 한국이 계속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후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겠다는 사실상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 언론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한국의 탄핵 정국이 외교·안보 측면에서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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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가 톱뉴스로 한국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고 전했다. 톱기사 제목은 “한국 국회의원, 대통령에 저항하며 계엄 해제 요구”라는 내용이다. 2024.12.4 [사진 = NYT 홈페이지 캡처] |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촉발한 국내 정치 혼란이 한·미·일 3자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이 윤 대통령이 왜 그런 충격적인 권위주의적 움직임을 보였는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재선출 및 소수 여당 체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한·미·일 3자 협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국제 정책 전문가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성에 더해 한국의 위험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상처와 현재 약해진 일본 지도부가 합쳐져 미국은 중국에 맞서 싸우는 데 있어 두 명의 약한 주자를 남겨두게 됐다”고 밝혔다.
레이철 민영 리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미 CNN방송에 “윤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과 일본 눈에 동맹국이자 협력국으로서의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CNN은 북한·중국·러시아 지도자들이 한국 상황을 주시하면서 역내 미국의 주요 세력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이용하고자 하는 북한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강사 에드워드 하월은 CNN에 “북한이 서울에 혼란이 있을 때마다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조롱하길 좋아한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며 “북한이 수사적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 한국 내 위기를 유리하게 악용하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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