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상호 은하곱창 공동대표가 돼지곱창전골 밀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도 대표, 도 대표의 어머니인 김행자 씨, 아내인 구인선 공동대표. 한주형 기자 |
서울 동대문구 전농로타리시장에선 매일 오후 3시면 진귀한 풍경이 연출된다.
육중한 1t 탑차가 시장 골목길을 비집고 노포 앞에 멈춘다.
1t 탑차에 실린 아이스박스에 담긴 건 돼지곱창전골 밀키트. 하루에 30여 개, 일주일이면 200여 개, 한 달이면 700여 개의 밀키트가 이렇게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노포가 밀키트로 올리는 연 매출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서울 3대 곱창'으로 알려진 곱창전골 노포 '은하곱창' 얘기다.
지난달 27일 동대문구 은하곱창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도상호 공동대표(54)는 돼지곱창전골 밀키트를 내놓은 건 우연이었다고 회고했다.
도 대표는 "장사가 잘됐을 때 주말에 40팀 이상이 대기했었다"며 "기다림에 지쳐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안타까워 포장을 시작한 게 밀키트의 출발이었다"고 설명했다.
포장으로 시작했던 유통 방식은 택배로 바뀌었다.
2021년부터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곱창전골을 팔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은하곱창은 밀키트로 명성을 알리기 전부터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유명 맛집이다.
1981년에 시작해 43년간 전농동을 지킨 가게다.
밀키트 매출에 점포 매출을 합치면 132㎡(약 40평)짜리 노포에서 올리는 연 매출은 12억원에 달한다.
현재도 주말에 긴 줄이 생기는 전통시장의 대표 맛집이다.
은하곱창의 시작은 조촐했다.
도 대표의 어머니인 김행자 씨(81)는 1981년 전농동사거리 인근 16㎡(약 5평) 남짓한 공간에 포장마차 테이블 3개를 놓고 가게를 시작했다.
1983년 지금 점포가 있는 전농로타리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7년부터는 쇠약해진 김씨를 대신해 아들인 도 대표가 가게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김씨가 돼지곱창전골을 주메뉴로 선택한 건 다른 가게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당시 왕십리, 동대문 일대에선 돼지곱창을 볶음으로 요리해 먹는 게 대세였다.
돼지곱창 특유의 비린내 때문이다.
김씨는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곱창을 국물이 있는 전골로 해 드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돼지곱창의 비린내만 없앨 수 있다면 애주가들이 사랑하는 안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1년 구제역 사태가 터져 곱창 공수가 어려워졌을 때 도 대표는 장사를 접을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힘들게 지켜온 가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아내의 지인에게서 어렵게 구한 공급처를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도 대표는 "어머니가 여태껏 일군 가게를 포기할 수 없었다"며 "그때 문을 닫았다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도 대표는 1981년 시작된 어머니의 양념 제조법을 지금도 지킨다.
도 대표가 은하곱창 맛의 비결에 대해 귀띔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에 있는 30년 넘게 거래한 거래처에서 '실한' 곱창을 받아요. 다른 가게와 달리 저희 곱창은 손으로 직접 썰기 때문에 큽니다.
마늘, 파, 된장, 간장, 설탕, 생강, 고춧가루, 들깻가루를 넣은 저희 양념장은 어머니의 제조법을 그대로 따라요. 돼지 냄새를 줄이기 위해 육수 대신 생수를 넣고 끓입니다.
"
도 대표는 은하곱창을 통해 받은 고객들의 사랑을 이젠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전농동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매월 30만원을 지원한다.
연말엔 정성을 담아 목돈 후원도 한다.
도 대표는 "곱창전골로 받은 사랑을 돌려주며 살고 싶다"고 전했다.
[이효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