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부채 규모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23조달러(약 45경7000조원)를 돌파했다.

세계 각국이 통화정책을 완화 사이클로 일제히 전환한 가운데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는 부실과 금융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국제금융협회(IIF)는 3일(현지시간) 공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올 9월 말 기준 전 세계 부채가 323조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협회가 집계한 전 세계 부채 규모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1~9월까지 9개월 동안에만 무려 12조달러(약 1경7000조원)나 늘어났다.


협회는 "이 같은 부채 증가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상환 불능 및 재정 부담 리스크를 동시에 확대시킨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전 세계 60여 개국 400여개 금융사를 회원사로 둔 곳으로 부채 등 금융 리스크 분석 기관으로 유명하다.

협회는 또한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해 전 세계 국채 규모가 2028년이 되면 지금보다 3분의 1 더 늘어난 130조달러(약 18경3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보고서에서 "무역 긴장 고조와 공급망 붕괴가 세계 경제 성장을 위협한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부상하고 공공 재정이 긴축되면서 국채 시장에서 작은 호황-불황 사이클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이자 비용 증가는 재정 부담을 악화시키고 점점 더 부채 관리가 어렵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일시적으로 채권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 일부 기관은 미리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채권을 포함한 부채는 트럼프 당선 전부터 확대 일로였다.

올 3분기에만 늘어난 전 세계 부채 규모는 분기 기준 2020년 2분기와 4분기를 제외하고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가 역대급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치는 수준까지 돈이 풀렸다는 말이다.

다만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도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하락세를 지속해 올 9월 말 326%로 낮아졌다.

이는 팬데믹 기간 기록한 수치보다3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흥국의 부채는 지난 9월 말 사상 최고인 105조달러(약 14경9000조원)에 근접했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45%를 나타냈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이자 비용도 덩달아 확대 중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신흥국이나 빈곤국의 이자 비용 확대가 두드러졌다.

세계은행(WB)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신흥국들이 지난해 지급한 이자 비용이 사상 최대인 1조4000억달러(약 1900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인상하면서 이미 부채 부담이 큰 빈곤한 국가들의 이자 지급액이 급증해 부실 우려가 높아졌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