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SK그룹이 권고사직 카드까지 빼들었다.
사장단·임원 조기 교체 인사와 희망퇴직에 이어 조직 슬림화를 위한 최후 배수진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절차에 착수했다.
권고사직은 회사가 저성과 근로자에게 자진 퇴사를 권유하고 이에 응하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퇴직 형태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권고사직 대상 임직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은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에 대해 대기 발령, 급여 40% 삭감 등을 비롯한 후속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올해 전사적으로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올해 3분기(연결기준) 영업손실 110억원, 당기순적자 482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김형근 SK E&S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장으로 내정하는 이례적인 연중 사장 교체 결단을 내리며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김형근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전략·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역량과 재무 전문성을 두루 갖춘 재무통이다.
그만큼 SK에코플랜트에는 재무 건전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어 10월에는 전체 임원의 23%를 감축하며 조기 인사와 조직 재편에 나섰다.
이처럼 타 계열사보다 한발 빠른 인적 쇄신을 진행 중인 SK에코플랜트가 권고사직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받는다.
현재 계열사 중 체질 개선 필요성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되는 SK에코플랜트가 결국 조직 슬림화를 위한 칼을 꺼내든 셈이다.
SK 관계자는 "경영 효율성 증대와 인력 효율화를 위한 면담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명예퇴직과 함께 일부 저평가자를 대상으로는 권고사직을 실시한다 "고 말했다.
이번 권고사직은 향후 SK그룹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온,
SK텔레콤 등 명예퇴직을 진행 중인 계열사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인원 감축 기조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명단을 안내하고 권고사직 여부를 묻고 있다"며 "계열사별로 사업부문이 통합되고 상당수 인원이 감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조기에 계열사 사장단·임원 인사를 실시해 조직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한 에너지 계열사 SK E&S의 일부 조직도
SK이노베이션과 통합한다.
SK E&S의 재무·법무·대외 부문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합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독립법인(CIC) 합병으로 양사 조직이 별도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기조를 결국 피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SK 관계자는 "CIC 형태로 합병했지만 스태프 조직부터 결국 통합을 피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실제 SK E&S에는 LNG와 전력 등 사업부만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원 감축 바람은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임원에 이어 팀장급 등 조직 전반에 대한 인력 감축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별로 임원들은 지난주 자신들의 거취를 통보받고 그룹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실시될 예정인 SK그룹 정기 인사도 관심사다.
연중 계열사별 조기 인사가 실시돼 상대적으로 인사폭이 작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쇄신 강도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주요 그룹 인사에서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고려해 조직 슬림화와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인사가 이뤄진 만큼 SK그룹 역시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주요 계열사 임원 20% 내외가 감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장단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SK스퀘어, SK에코플랜트,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일부 계열사가 수장을 교체한 만큼 추가적인 칼바람 인사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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