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앞에 조적 욕조를 설치한 욕실 모습. 오늘의집 사용자 Lucyroom.studio


올해 서울 성동구의 전용면적 120㎡ 아파트로 이사한 40대 김지은 씨. 집 수리를 할 때 욕실에 가장 많은 예산을 썼다.

김씨는 절반은 벽돌, 절반은 유리를 세워 샤워 부스를 만들고, 대형 거울이 달린 플랩장(위로 열리는 수납장)과 간접 조명으로 호텔 욕실 분위기를 냈다.

드레스룸에서 이어지는 욕실 입구까지는 온돌 난방을 설치해 건식으로 사용한다.

김씨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만족스럽다"며 "투자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인 최화정 씨가 자신의 유튜브 계정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에서 지난 7월 공개한 안방 욕실 영상은 조회 수가 135만회를 넘어섰다.

최씨는 욕실에 반신욕이 가능한 욕조와 독서용 테이블, 의자를 두고, 무채색 타일 대신 알록달록한 패턴 벽지와 빈티지 액자로 장식했다.

최씨는 본인이 고른 소품을 소개하며 "여기서 차 한잔 마시고 책을 보는 게 힐링"이라고 말했다.



미니 욕조를 설치한 모습. 오늘의집 soeehome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욕실을 나만의 힐링 공간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욕실이 몸을 씻는 공간이라는 기능적 의미가 강했다면, 지금은 하루를 정리하고 긴장을 푸는 공간으로 재조명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욕실 스타일링'이라고 이름 붙여 다양한 욕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3일 인테리어 업계에 따르면 욕실이 힐링 공간으로 부상한 것은 세면대와 샤워 공간을 분리해 바닥에 물이 없는 건식 공간을 확보하는 트렌드에서 비롯됐다.

욕실에도 건식 바닥이 생기면서 물기에 약한 원목 가구나 소품을 배치할 공간이 생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오래 머물렀던 경험을 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앰비슈머' 소비도 욕실 스타일링 붐을 거들었다.

앰비슈머란 아낄 때는 아끼지만 필요한 곳엔 과감히 지출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라이프스타일 애플리케이션(앱) 오늘의집에서는 '욕실' '화장실' 키워드를 입력하면 42만여 건의 사진이 검색된다.

베란다와 안방보다 검색량이 4배나 많다.

그만큼 욕실 스타일링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폭발적이란 얘기다.


건식 욕실에 벽돌을 쌓아 만든 조적 욕조, 원목 수납장에 원형이나 사각 톱볼 세면대를 설치한 집들이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욕조 관련 검색량이 2020년 대비 급증했다"며 "매립 욕조 검색량은 7배, 욕조 시공 검색량은 6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주로 1인 가구의 좁은 공간에 설치하는 '미니 욕조' 검색량이 증가했다.


현대리바트는 올해 1~10월 욕실 인테리어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현대리바트에서는 프리미엄 욕실 리모델링 패키지의 3분기 매출이 목표 대비 40% 이상 증가하는 등 욕실 리모델링 수요가 높아지자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한다.

욕실장과 상판을 맞춤형으로 주문 제작해 설치해주는 '바스핏'을 내년 1월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한샘에서 지난 8월 출시한 '돌 느낌'의 배스 패널도 지난해 대비 매출이 70% 늘었다.



개성 있는 원색 욕실. 오늘의집 blaueshaus

그레이, 화이트 등 무채색 위주였던 욕실에 색깔을 더하는 시도도 나타난다.

욕실 인테리어 전문 기업 대림바스앤키친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은 흰색 욕조가 아닌 연노란색이나 민트색 같은 파스텔톤 욕조를 선택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여수빈 대림바스앤키친 디자이너는 "최근 욕실이 힐링 공간으로 재조명되면서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컬러감 있는 인테리어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바스앤키친은 욕실을 본인 취향대로 꾸미려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욕실 전체 리모델링 대신 바닥 타일과 세면기, 수전 부분만 이틀 만에 교체해주는 '하프 리모델링 패키지'를 내놨다.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욕실 가전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대형 사우나와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보디드라이어가 일반 가정에서도 인기다.

제품 위에 서 있으면 강력한 바람이 나와 몸을 건조시켜주는 제품으로, 일부 제품은 욕실 온도를 조절하거나 습기를 제거하는 기능을 더했다.


긴장을 이완하고 공간에 향기를 더해주는 제품으로는 목욕 후에 사용하는 아로마 제품, 샤워기에 꽂아 쓰는 형태의 보디럽 등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힐링 공간에 자연 느낌을 더하기 위해 욕실 한쪽에 식물을 키우는 가구도 늘고 있다.

이른바 '욕실 가드닝'이다.

바닥에 작은 화분을 놓거나, 천장과 선반에서 수경재배로 늘어뜨려 키우는 식물을 배치하기도 한다.

창이 없어 답답한 느낌을 주기 쉬운 공간에 화분을 두면 생기를 더하고 냄새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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