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전주 중앙·풍남·노송동 일대를 세계인이 찾는 '글로컬' 상권으로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사진은 전주 한옥마을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모습. 전주시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대는 오리 캐릭터 '깨굴새', 조선왕릉 도자기 오브제 '신의정원', 논알코올 과일 막걸리 '알프리'….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의 창업학교 '칠전팔팔학교'에서 참여자 성과물로 탄생한 아이템이다.

콘텐츠 기획 업체 공존공간이 9~11월 수원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창업학교에서는 식음료에 한정됐던 기존 창업의 틀을 깨는 아이템이 제시됐다.


지난 3일 베트남 호찌민에서는 전북 전주 관광 기업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의 저고리와 큼지막한 꽃무늬가 화려한 치마를 비롯해 기존 한복에서 변형된 파격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전주 기업 '로즈파니'와 디자인을 공동 개발한 액셀러레이터 크립톤 관계자는 "획일화된 콘텐츠에 갇힌 전주 한옥마을에서 대담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새로운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상권 살리기에서 벗어나 민간 기획자들이 창업자와 '원팀'으로 지역 상권을 만들어가는 '글로컬 상권 창출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서 지역 상권에 활력이 더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6월 글로컬 상권 창출팀 공모 사업에서 △수원 공존공간 △전주 크립톤 △경남 통영 로컬스티치 등 3개 팀을 선정했다.

지역 전통시장이나 자영업자에게 소액을 제공하는 기존 지원과 달리 3개 팀만 5년간 집중 지원하는 실험이다.




젊은 기획자들은 정부와는 다른 각도에서 상권에 접근한다.

크립톤은 전주에 없던 '커피챗(커피를 마시며 간단히 대화하는 모임)' 문화를 소개하며 창업가 간 교류 물꼬를 텄다.

지난 9월과 10월 연달아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을 9박10일간 전주에 머물게 해 협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해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수원 행궁동은 올해 20대 여성의 네이버 검색어 분석에서 '성수동'보다 검색량이 많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고 주말 방문객이 많았다.

반면 평일에는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박승현 공존공간 대표는 "행궁동은 성곽 높이(12m) 때문에 건축제한을 받아 주거 공간이 좁고, 주중엔 유동인구와 체류인구가 감소한다"며 "성곽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분위기는 행궁동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짚었다.


이들이 선택한 원도심은 전통 콘텐츠가 태동한 중심지였지만 체류인구가 줄고 있는 곳이다.

로컬스티치는 통영 굴을 활용한 인센스 홀더와 문진, 통영 특산물인 멍게와 나전을 모티브로 한 티셔츠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 기반 아이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젊은 기획자들은 기획 단계부터 해외 관광객을 조준한다.

공존공간은 외국인 관광객이 수원과 행궁동을 검색할 수 있게 영문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국가별로 인기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그램에 계정을 만들고 있다.

크립톤은 베트남 팝업스토어를 통해 외국인에게 '로맨틱함'을 강조한 의상에 대한 반응을 체크하고 대표 상품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로컬스티치는 오는 25~30일 서울 더콘란샵에서 통영의 공예 크리에이터 상품을 일본 도쿄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디자이너들에게 소개한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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