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가 본 사람은 알지, 진짜 불황인 것을”…싼 것만 찾아 1000원대 바나나 ‘순삭’

[사진 제공 = 롯데마트]
직장인 A씨는 퇴근길 한 송이 1980원짜리 바나나를 사기 위해 몇 차례 마트를 방문했지만 이미 다 팔려 나간 후였다.

파격 행사를 하는 바나나 매대는 텅 비어있고 그 옆에는 행사 대상이 아닌 바나나만 잔득 쌓여 있었다.

A씨는 “사람들이 이렇게 최저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줄 몰랐다”며 “정작 최저가 바나나는 보지도 못하고 매번 다른 것만 샀다”고 했다.


누적된 고물가 스트레스로 소비자들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가들이 ‘최저가’로 대표되는 불황형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1000원대 바나나, 100g당 990원 삼겹살 등이 그것인데 진열됐다하면 실종될 정도다.


21일 유통가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달 내내 에콰도르산 바나나 한 송이를 1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상가 대비 34% 할인된 가격인데 각 이마트 지점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한 소비자는 “퇴근 후 마트에 가면 아예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며 주말이 아니면 사기 힘들다며 아쉬워했다.


이마트는 김장철 수요에 대비해 수육도 100g당 1000원 밑으로 기획했다.

국내산 돈앞다리(냉장)를 정상가에서 37% 할인된 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의 인기 간식 오리온 초코파이(24입)는 정상가 대비 31% 저렴한 5980원에 선보이고 있다.

개당 250원 수준으로 온오프라인 최저가다.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인 주류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저항선을 감안해 기획,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국민맥주 2탄 에일편(500㎖) 출시를 기념해 이달 17일부터 국민맥주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6캔 구매 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해 캔당 18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국민맥주 1탄 라거편(500㎖) 역시 동일한 혜택으로 캔당 1620원에 만나볼 수 있다.

6캔을 사면 9720원으로 1만원이 넘지 않는다.


국민맥주는 롯데마트와 슈퍼가 고객의 물가 부담은 줄이고 동시에 다변화 된 고객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획한 가성비 수제맥주 브랜드다.

출시 후 지난 9월까지 국내 수제맥주 상품군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이다.


롯데마트가 앞서 지난 10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한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50% 할인해 100g당 990원에 선보인 캐나다산 삼겹살도 내놓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렸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 교수는 “불황에는 소비가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며 기업들이 전개하는 최고가, 최저가 마케팅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가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000원, 1만원을 넘지 않는 990원, 9990원 마케팅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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