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12월부터 군용·민수용에 모두 쓰이는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중국에 대해 항공, 우주, 반도체 등의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고, 중국 기업들을 잇달아 제재하고 나선 데 따른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관영 신화통신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화인민공화국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 조례'에 최근 서명했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이번 조례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와 관련해 국무원은 "이중용도 제품과 기술·서비스 수출 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라며 "국가 안전과 이익을 수호하고 확산 방지 등 국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이번 조례 제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총 6장 50조로 구성된 조례에서는 이중용도 품목을 민간·군사용으로 사용하거나 군사적 잠재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자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대량 파괴 무기를 설계·개발·생산·사용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제품과 기술, 서비스, 데이터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중용도 품목을 수출하려는 기업 등은 중국 상무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전까지는 등록만 하면 수출이 가능했다.
다만 이번 조례에서는 이중용도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발표한 기존 수출 통제 품목들이 우선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소재인 갈륨·게르마늄, 배터리 소재인 흑연 수출을 제한했다.
또 올해 7월에는 우주·항공 구조 부품과 초고분자 폴리에틸렌 섬유 등을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했다.
이번 조례 제정은 서방의 잇따른 대(對)중국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해왔다.
지난 6월에는 중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7개 기업이 러시아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물품을 운송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러시아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과 러시아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도 제재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8일 중국의 샤먼 림바크 에어크래프트 엔진과 레들레퍼스 벡터 인더스트리 선전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드론의 엔진을 제조하거나 러시아에 드론을 수출하기 때문이라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미 정부가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유례없는 군사 지원을 쏟아붓고 있으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적인 무역 거래에 대해 트집을 잡고 있다"며 "위선적이고 무책임한 이중잣대"라고 반박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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