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이 책임을”…삼성을 감시하던 이 남자가 던진 쓴소리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이충우 기자]
‘위기의 삼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찬희 삼성준감위원장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3기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재판 결과가 나올때까지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어떤 사안에 있어서 준감위가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정말 ‘우리 준감위만큼 고민해보셨습니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적은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확대하려 했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3년 5개월 만인 지난 2월 5일,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준감위는 삼성이 현재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 컨트롤타워(사령탑) 재건과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펴낸 준감위 2023년 연간 보고서 발간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삼성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의 약화, 인재 영입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준감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 과제로 삼고, 그룹의 지휘 본부 부활 등 주요 현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기 준감위에서 컨트롤타워 재건이 마무리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지만 위원회나 삼성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3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과 회동 여부에 대해선 “(이 회장이) 더 중요한 일이 많고, 그것들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냐”며 짧게 답했다.


한편, 재계에선 삼성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당장 검토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열사는 다르지만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복귀했을 때 불필요한 논란을 재점화 시킬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회장은 현재 등기이사가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으로 지정돼 법적 책임을 지니고 있다.

삼성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 위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출신의 법조인으로,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이후 1기 김지형 위원장에 이어 2기와 3기 위원장 자리를 연임하고 있다.


삼성준감위는 이재용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내부의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한 후 2020년 2월에 출범했다.

위원회는 삼성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조직으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주요 계열사가 협약사로 참여해 준위 감시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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