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중 최고기술책임자 인터뷰
“사모펀드가 인수하면
핵심기술진·자산 다 나갈 것
공급망 위기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중재 필요”
국민연금 캐스팅보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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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부회장)가 17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고려아연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고려아연> |
“비철금속 제련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모투자펀드(PEF)가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회사는 10년도 못 가 망할 것이 분명합니다.
공급망 위기를 막기 위해 이제는 정부 차원의 중재가 필요한 때입니다.
”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에서 목표한 수량을 달성하지 못해 압도적으로 표 차이를 벌리지 못하게 되면서 ‘후공’의 위치에 선
고려아연의 행보에 세간의 시선이 쏠린다.
양측의 지분율은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7.8%의 지분율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분쟁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부회장·사진)는 17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국민연금이 투기자본에 의해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진과 핵심자산이 유출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5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과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 직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현장을 지휘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 변동 시 주요 기술임원들과 공동 사임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모두가 지분율 싸움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서울과 울산을 바쁘게 오가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는 임직원을 다독이고 있다.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제련소가 내부 동요로 멈춰설까 노심초사 지켜보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분쟁이 국내 산업의 공급망 차질로 촉발되지 않도록 MBK 측이 적대적 M&A를 멈추고 사과해야 할 때”라며 “이를 중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의 자금운용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MBK 방지법’이 최근 발의되기도 했다.
산업계에서는 MBK·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국내 황산·아연 공급망이 흔들려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건설까지 주요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영권 분쟁의 여파는
고려아연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니켈 공급 관련 협상을 진행했지만 대규모 계약 성사가 최근 무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연 찌꺼기가 발생하지 않게 해 회수율을 극대화하는 헤마타이트 공법의 경우 온산제련소가 전 세계 유일하게 사용하는 기술이다.
자체 기술인 연 제련 공법인 DRS 공법, 제련 부산물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TSL 공법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유가금속 회수율을 달성하게 한 원동력이다.
이 부회장은 “영풍 경영진이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를 운영할 경우 같은 결과값을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신사업은 온산제련소와 페루, 호주 등 현장 경험을 살려 최 회장이 기획해 끌고 가고 있어 MBK와 영풍이 이끌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발생한 주가 급락에 대해 시세조종 행위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17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조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켜 투자자들이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MBK파트너스는 “주당 6만원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이 MBK와 영풍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최 회장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청약하면
고려아연이 심각한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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