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스타트는 SK그룹이 끊었다.


SK그룹은 17일 계열사별 임원 규모 20% 이상 감축 방침을 정하고, SK에코플랜트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12월에 실시하던 정기 임원 인사 시기를 한달 반 앞당기며 최태원 회장의 리밸런싱(구조조정) 신호탄을 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에너지와 환경 분야 조직을 개편하면서 기존 임원을 대거 교체했다.

임원 17명이 물러났고, 1명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6월 말 기준 SK에코플랜트 임원은 66명인데, 약 26%가 교체된 셈이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지난 5월 김형근 당시 SK E&S 재무부문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연말 정기인사가 아닌 시기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번 후속 인사에서도 임원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최대 에너지기업 합병 당사자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임원 인사 역시 당겨질 전망이다.

SK 핵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미 고위급 임원들에겐 합병 후 거취에 대해 통보가 이뤄졌다.

조직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 슬림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대도 형성됐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조기 임원 인사가 향후 그룹의 고강도 구조조정 방향성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오너 일가 경영 공백 사태나 글로벌 경제 위기 때도 인사 시기를 앞당긴 적이 없던 SK그룹의 조기 인사는 전면적인 조직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SK그룹 핵심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올해 업무평가와 인사가 준비 중인 가운데 이례적인 조기 임원 인사는 향후 다른 계열사 인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일촉즉발의 경영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기존 관성을 깬 큰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조기 임원급 인사로 재계 전반에서 임원 인사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실적 부진과 함께 경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비단 SK그룹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에서도 성과 중심의 인사와 혁신 가속화를 위해 인사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