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의식한 日이시바 야스쿠니에 공물 봉납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가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이곳은 태평양전쟁과 관련해 사형을 당했거나 감옥에서 죽은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으로 극우의 상징으로 꼽힌다.

17일 NHK 등 현지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이날 시작된 추계 예대제(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로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공물을 봉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이 야스쿠니신사 봄·가을 제사 때 공물을 봉납한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평소 '일왕이 참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총리의 일'이라며 이것이 정리되기 전에는 참배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보여왔다.

현재 일본은 헌법상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왕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시바 총리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와 마찬가지로 오쓰지 히데히사 참의원 의장과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이 이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예대제 기간에 매번 집단 참배를 해왔던 초당파 의원 연맹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중의원선거 기간임을 고려해 이를 연기하기로 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곳이다.

그중 90％가량이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이시바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