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유럽 ◆
한때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을 위협하던 유로화 가치가 침체 위기에 빠진 유럽 경제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여전히 뜨거운 미국 경제가 '소프트 랜딩'(경기 침체를 피하는 연착륙)이 아닌 '노 랜딩'(침체 없는 무착륙)을 향해 달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로화는 최근 3주간 지속적인 가치 하락에 신음하는 중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는 1.0861달러로, 지난달 25일(1.1132달러) 이후 3주 만에 2.4% 하락했다.
해당 기간 영업일 기준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날은 13일로, 오른 날(3일)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최근 들어 급격히 떨어지는 유로화 가치는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와 맞물려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과 9월 잇달아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예금 금리를 0.25%씩 내려 경기 냉각 위험성에 대응하고 있다.
ECB는 금리 인하와 함께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향후 수 분기 동안 내수 기여도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인하로 제한적인 통화정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뒷받침될 것"이라고 추가적인 금리 인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유럽 경제의 저성장 흐름으로 인해 세계 2위 기축통화로서 유로화의 위상도 후퇴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무역 거래에서 유로화가 통용된 비중은 28%로, 10년 전의 37% 대비 오히려 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37%에서 44%로 더욱 공고해졌다.
중국 위안화 역시 1%에서 3%로 약진하는 모양새다.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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