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 PIIE 기고
“지나친 보호조치가 혁신 정신 억압”
미국 정부의 중국산 ‘커넥티드 카’ 규제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산업경쟁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한국 통상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연구소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좁은 범위의 보호조치는 정당화될 수 있지만, 지나친 보호 조치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중국·러시아의 커넥티드카 관련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미국에서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
바이든 정부는 블루투스·셀룰러 등을 이용해 외부와 통신할 수 있는 모든 차량에 이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미국 자동차 제조기업을 과잉보호하고 혁신·기업가 정신을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이 여 선임연구원의 시각이다.
그는 “중국의 제조업, 특히 전기차 제조 분야에서 구축된 공급망은 중국의 절대적 성공요인”이라며 “중요한 광물과 배터리, 전자제품, 소프트웨어까지 수직적으로 통합된 전기차 공급망을 빠르게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여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 인터뷰에 응한 글로벌 기업 대표들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그들은 중국의 기술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시장을 떠나면 최신 트렌드에 뒤처질까 두려워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러시아의 커넥티드 카 기술을 금지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제안은 ‘모 아니만 도(all or nothing)’식의 접근방식을 반영하고, 중도적인 조치로 국가안보·경제적 이익의 균형을 맞출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여 선임연구원은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전기차를 제조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엄격한 데이터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며 “중국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전기차도 중국의 강화된 보안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부연했다.
여 선임연구원은 “외국과의 경쟁을 더 많이 허용하면 미국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빠르게 진화하는 첨단 기술경쟁에서 학습하고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중국은 수출통제와 수입금지 등 미국의 보호조치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원과 방대한 규모를 바탕으로 산업역량과 기술력을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동맹국·파트너들이 미국의 안보 우려를 공유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접근 방식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제안한 수입금지 조치가 국가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안보와 경제적 절충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합리적인 중간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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