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 예대제 맞아 참배 대신 공물
기시다 전 총리때와 같은 행보
내각 각료들 직접 참배 나설지 주목

17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봉납한 공물이 놓여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부터 사흘간 야스쿠니에서 열리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보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예대제 기간 야스쿠니 참배는 하지 않을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국 공물은 봉납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재임 3년간 야스쿠니 참배는 하지 않았지만 매년 공물을 봉납했다.

이에 따라 이시바 총리도 야스쿠니 신사 관련 기시다 전 총리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오전 이시바 총리 이외에 오츠지 히데히사 참의원 의장, 후쿠오카 스케마로 후생 노동상도 공물을 봉납했다.


매년 춘·추계 예대제 때마다 집단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해 온 초당파 의원연맹 ‘다함께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선거 기간인 점을 고려해 집단 참배를 연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총리 취임 전에는 공물을 봉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열흘 앞으로 다가온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결집 및 보수층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2012년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지지통신이 지난 11∼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28.0%로 2000년 이후 출범한 역대 내각 중 최저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30%에 미치지 않는 지지율은 ‘퇴진 위기’로 평가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17일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달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함께 결선 투표에 올라 경쟁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이날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그는 “오늘은 한 명의 일본인으로서 참배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선거를 앞두고 옛 최대 파벌인 ‘아베파’ 출마자들로부터 잇따라 응원 유세 요청을 받는 등 당내 강경 보수 세력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천 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일왕은 1975년까지 야스쿠니를 참배했으나, 신사에 A급 전범이 합사된 1978년 이후에는 참배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 일왕이 야스쿠니를 참배할 환경이 갖춰지기 전에는 자신도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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