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콘크리트래”…흑인 남성들이 이 당에서 돌아선 까닭

유색인종 표심의 바로미터 조지아 코브카운티 가보니

“바이든정권 생활비 올라 고통
트럼프가 제자리 돌려놓을것”
경합주 흑인 민심 급변 촉각

흑인 여성들은 트럼프에 반감
“인권 무시하고 온통 거짓말”

사전투표 첫날 30만명 북새통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코브에너지 공연예술센터에서 예정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를 앞두고 지지자들이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애틀랜타=최승진 특파원]

“트럼프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조지아 애틀랜타 북서부에 위치한 콥카운티의 작은 도시 매리에타. 이곳에 위치한 콥카운티 선거·투표 등록센터에서는 오후 시간임에도 오가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선거관리 관계자에게 사전투표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물었더니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수백명보다는 많고, 몇천명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선거의 최대 격전지 조지아의 선거열기를 실감하던 순간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조지아주 선거당국은 하루동안 30만명 이상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역대 최대 기록(종전 기록은 2020년 13만6000명)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조지아주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5%포인트 차 승리를 안겨주면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승부를 뒤집었다.

당시 1만1779표 차이로 바이든 대통령이 1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조지아의 159개 카운티 중에서도 콥카운티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받는 주로 꼽힌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던 흑인 남성들의 민심이반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 주민이 많은 조지아에서도 콥카운티는 유색인종 비중이 높다.

지난 2020년 기준 콥카운티 투표자들의 인종구성은 흑인 30%, 히스패닉 14%, 아시안 6%로 유색인종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이곳에서 만난 흑인 남성들의 ‘민심이반’은 실제로 확인됐다.

흑인 남성 리엄 윌리엄스(39) 씨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이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고 생활비는 오르면서 삶이 너무 힘들어졌다”며 “이런 상황을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나는 절대 해리스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모든 것을 돌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흑인 남성 제임스 존슨(45) 씨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는 불법적인 이민에 대해 통제하겠다는 것이고 합법적인 이민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법 이민은 당연히 막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너무 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들어왔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시내에서 만난 40대 흑인 남성(익명 요구)은 본인은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를 점쳤다.

그는 “여성 대통령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이 나라가 아직 준비가 안돼있는 것 같다”며 “경제 분야에서는 당연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는 경험이 있고, 비즈니스맨 출신이기에 경제를 더 잘 다룰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시 40대 흑인 남성 콜린 씨는 “어차피 흑인에 대해서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신경 안쓰기는 마찬가지 아니냐”며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투표소 인근에서 만난 흑인 여성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샬럿(34) 씨는 “트럼프에게는 여성의 권리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여성의 권리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나는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하는 말은 온통 거짓말 뿐”이라며 “그가 대통령이었을 때 사람들이 편을 가르고 서로를 불신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올리비아 스미스(54) 씨도 “트럼프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사회는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콥에너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들을 겨냥해 ‘팁 면세·초과근무 면세’ 공약을 적은 배너 앞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애틀랜타=최승진 특파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콥카운티의 콥에너지 공연예술센터에서 유세에 나섰다.

연설 예정시간은 7시30분이었지만 3시간 전부터 수천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을 야외에서 대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길 건너편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틀며 집회를 열었다.


조지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합주로 꼽힌다.

미국 ABC방송의 선거분석뉴스 538의 예측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조지아에서 승리한다면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이 될 확률이 90%에 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곳에서의 패배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팁 면세·초과근무 면세 등 흑인 유권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공약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줄어드는) 일자리로 인해 황폐화되고 있다”며 “불법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일자리를 앗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멀라의 국경 개방 정책은 흑인·히스패닉계 미국인에 대한 완전한 배신”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카멀라에게 투표하는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는 정신 검사를 해야 한다.

그들은 정말 당신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유세에는 트럼프의 측근이자 흑인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인 바이런 도널즈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역시 조지아 흑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애틀란타/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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