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인력·조직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을 단행한다.
통신사업 성장세 둔화 돌파 전략으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첨단정보통신기술(ICT)을 선택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말 정년을 앞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를 개편했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격려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9년 마련한 퇴직 이후의 삶 준비를 도와주는 복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근속 년수가 25년 이상이고 만 50세 이상의 고령 직원만 참여할 수 있기에 일반적인 인력감축과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성원 사이에서는 구조조정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SK그룹의 비상 경영 선언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5200만원으로 이통사 중 가장 높다.
초봉도 6000만원에 달한다.
휴직 및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격려금을 늘렸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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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KT 사장. [사진 = KT] |
KT도 자회사를 설립하고 통신 네트워크 운영·관리 인력을 재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자회사로의 이동을 원하지 않는 경우 희망퇴직을 시행할 방침이다.
자회사 전출 대상자는 37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KT 임직원 수는 1만9370명으로 이통사 가운데 가장 많다.
KT는 전출자에게 기존 기본급의 50~70%만 지급할 계획이다.
기존 기본급과의 차액은 남은 정년을 반영해 일시금으로 정산한다.
다만 연봉 인상 가능성과 고용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몸집 줄이기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LG유플러스는 아직 공식적인 조직 개편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지만 지난해부터 비용 절감을 강조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오프라인 영업직원을 줄였다.
사실상 긴축 경영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이통사들이 이미 포화 상태인 통신사업에서 벗어나 AICT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타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진통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존속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기회를 잡으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김영섭 KT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구조 조정 없이 혁신이 되겠느냐”며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안 하겠지만,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순리에 따라 계속하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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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노동조합 간부진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가람 기자] |
하지만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근무해 온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KT 노동조합 간부진은 이날 서울 광화문 본사 앞에서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였다.
KT 노조가 대규모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노조는 계획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관철되지 않는다면 조직 이동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노조원들은 ‘일방적 조직 개편 반대’, ‘직원 없이 회사 없다’, ‘조직근간 흔드는 조직개편 중단’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협상에 이르지 못할 시 파업도 고려하고 있다.
김배정 KT 노조 조직기획국장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의 흑자를 낸 기업이 노조에 이 같은 인력 개편안을 통보한다는 것은 절대 수긍하지 못할 일”이라며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를 사무실에서 떠나라고 문밖으로 내밀고 있다.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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