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에 8.8조 지원한다지만 절반은 저리대출 … 직접 보조금 '0'

◆ 불안한 반도체 ◆

미·중 반도체 분쟁이 가열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성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반도체 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반도체 지원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8조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잇따라 반도체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해외와 달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은 또 빠졌다.

대신 산업용수 공급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비용을 일부 지원키로 해 삼성, SK하이닉스는 사업비 5000억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내년까지 8조8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확실히 지원하겠다"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 강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대출 4조3000억원, 재정 지원 1조7000억원, 용수·전력·도로 등 인프라 비용 분담 2조4000억원 등 내년까지 총 8조8000억원의 지원 계획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 6월 정부는 17조원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포함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체 지원의 절반인 금융 지원은 사실상 대출이 전부다.

일반 산업은행 대출보다 금리를 최대 1.4%포인트 깎아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산업은행에 현금 1조원, 현물 1조원 등 총 2조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내년 반도체 지원 예산은 총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조2700억원 대비 34% 늘었다.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한 출자금을 빼면 1조4200억원이 남는데, 이마저도 소부장·연구개발(R&D)·인력 양성 등 용도가 거의 정해져 있어 기업이 알아서 쓸 수도 있도록 현금을 주는 직접 보조금과 차이가 난다.


인프라 확충 지원은 속도는 내고 있지만 전력망 구축 비용 분담을 두고는 여전히 정부, 한국전력, 사업자 간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용수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위치할 용인 일반산단과 삼성이 위치할 용인 국가산단 용수로를 통합관로로 구축하기로 했다.

각각 용수관로를 만들 때보다 수자원공사의 부담은 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부담은 줄게 된다.

다만, 여전히 삼성은 4927억원, SK하이닉스는 2408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전력망 연결 비용 분담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 및 송변전 설비 계획을 마무리할 계획인데, 기업들은 정부나 한전이 송전선로 구축 비용을 상당 부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마지막 110㎞ 구간 건설 비용이 쟁점이다.

필요 전력은 원전 4~5기 규모인 6기가와트(GW)에 달한다.

인근에서 조달이 어려워 서·남해안에서 마지막 변전소까지는 한전이 송전선로를 건설하지만, 그 이후 구간부터는 삼성이 자체 자금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조 단위 사업비를 투입해야 한다.

삼성은 보조금도 없는 마당에 송전선로 건설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이 용인 국가산단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하는 돈은 360조원에 달한다.


이날 정부는 "다양한 전력 공급 방안을 검토해 세부 계획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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