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실적에 먹구름이 낀 정유업계가 미래 먹거리인 윤활유와 항공유 투자를 늘리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당장 올 3분기 적자가 우려되는 가운데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신사업을 선점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16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기업들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높은 윤활유 사업과 지속가능항공유(SAF)로 주목받는 항공유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 숨은 진주로 불리는 윤활유시장에서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전기차용 시장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대폭 증가 중인 데이터센터 냉각용으로 주목받는 액침냉각 관련 기술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액침냉각유 실증을 완료한
SK이노베이션은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돌입하며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AI 관련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액침냉각유 출시와 상표 출원에 나서며 연구개발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를 출시하고 국제 품질등급에 따른 그룹Ⅰ~Ⅲ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석유 데이터 포털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윤활유 생산은 지난 7월 280만8000배럴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유 가격 반등이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윤활유 생산·판매가 늘어나며 실적 개선에 기여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올해 정유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인 SAF를 중심으로 한 항공유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항공유 소비량은 346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 369만6000배럴 이후 최대치다.
엔데믹이 본격화되며 증가한 여행 수요에 맞춰 항공기 이용자가 늘어나자 항공유 공급도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 정유업계는 올해 내내 SAF와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 시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SK에너지는 내년
대한항공에 SAF를 판매할 예정이고,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일본 상사를 통한 SAF 일본 수출에 성공했다.
에쓰오일은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에 한국에서 생산한 SAF를 공급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한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래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라 정유업체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보다 내실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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