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파괴적 혁신’에 다시 써야 할 경제학 교과서[★★글로벌]

사업 성공의 기본공식 ‘규모의 경제’
상업성 취약한 ‘우주산업’선 불가능
머스크, ‘기술’로 미션임파서블 도전

‘젓가락 팔’로 가능해진 로켓 ‘재활용’
우주산업서 ‘규모의 경제’ 새 길 터

‘복잡성 덫’ 걸린 기업들에도 큰 울림
“공정 어려워질수록 단순하게 접근”

지난 13일 스페이스X가 발사탑의 로봇팔(메카질라)를 이용해 낙하하는 로켓 몸통을 포획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 메카질라는 로켓 재활용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세게 우주산업에 중대한 기술적 이정표일 뿐 아니라 기존 경제학에서 기술하는 규모의 경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라는 평가다.

<이미지=스페이스X>

지난 13일. 세계는 스페이스X가 연출한 거대한 기술쇼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바로 ‘메카질라’쇼입니다.


메카질라는 영화 속 괴수 고질라대형 팔다리 기계(Mecha)의 합성어로,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탑을 지칭합니다.


이날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발사체의 1단 부분인 슈퍼헤비 로켓이 자유낙하하다가 역추진하며 젓가락 형태의 메카질라 로봇팔에 착 감기는 모습은 영화 속 특수효과로도 만들 수 없는 생생한 감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이스X의 메카질라는 비단 과학기술의 승리를 넘어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만큼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대사건입니다.


바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일으키는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한 스페이스X는 혁신의 덫에 걸린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최대한 단순화하라”라는 것입니다.


우주산업에서 발사체 재사용이라는 새 장을 연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모습. <사진=스페이스X>
먼저 경제학에서 말하는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을 늘릴수록 단위 생산비용이 낮아져 상품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효율화한 분업과 전문성으로 대량생산을 통해 고정 생산비용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는 사업 성공의 필수 공식입니다.


역으로 ‘규모의 비경제’(Diseconomies of scale)’ 개념도 있습니다.


생산규모를 키울수록 생산비용이 더 오르는 역설적 상황인데, 제조과정에서 불필요한 공정과 비숙련 등으로 효율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가슴 아프지만 고부가 메모리와 파운드리에서 위기에 봉착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규모의 비경제를 설명하는 적확한 사례입니다.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도 당연히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스페이스X를 세계 최대 우주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그의 전술이 특이합니다.

바로 ‘재사용’입니다.


로켓은 구성 부품이 방대하고 제작 비용이 워낙 높습니다.

발사 과정에서 실패 확률도 높습니다.

무엇보다 로켓 제작에 연관된 전후방 부품 공급망취약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등 정부 발주에 의존하다 보니 생태계가 다양하지도, 탄탄하지도 않은 것이죠.
그래서 머스크는 부득이하게 발사대 제작부터 로켓 제작과 우주 탐사에 이르는 주요 과정을 스페이스X라는 한 기업에서 자체 조달하는 이른바 ‘수직적 통합’에 나섭니다.


조직 내부에 발사대 건설부터 로켓 엔진 제작,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정을 책임지는 팀을 구성해 외부에 용역을 주지 않고 내부에서 조달키로 한 것이죠.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한 회사 내부에서 수천, 수 만개의 부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 비밀은 금속 3D 프린팅 기술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금속 3D 프린팅 및 CNC 공작 기술을 축적한 스페이스X의 부품 제작 모습. <사진=스페이스X>
스페이스X 로켓의 핵심인 랩터 엔진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스페이스X가 보유한 첨단 금속 3D 프린팅 적층 기술이 만능열쇠처럼 부품 수를 줄이고 제작 난도와 소요 시간을 크게 낮췄습니다.


랩터 엔진이 1세대에서 3세대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면 엔진의 외부 부품이 통합돼 훨씬 더 단순화한 디자인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첨단 3D 프린팅 기술을 앞세워 개선시킨 랩터 엔진의 진화 모습. 맨 왼쪽 1세대와 달리 오른쪽 3세대 엔진은 외형부터 훨씬 소형·경량·단순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스페이스X>

이는 부품 통합과 경량화, 그리고 복잡한 내부 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가능한 것으로, 고도의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완성된 것입니다.


실제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경쟁력에 대해 “외부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3D 금속 프린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첨단 기술의 수출 규제 조치를 강화하면서 반도체, 양자컴퓨터 기술과 더불어 금속 3D 프린팅 적층 기술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신규로 포함시켰습니다.


스페이스X 혁신 사례에서 보듯이 금속 3D 프린팅 적층 기술이 산업의 판도를 바꿀만큼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미국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스페이스X의 첨단 금속 3D 프린팅 프린팅 및 레이저 기술로 제작되고 있는 로켓 부품 모습. <사진=스페이스X>
정리하면, 일론 머스크는 3D 프린팅 기술을 앞세워 수직적 통합 방식으로 스페이스X를 키워왔고, 그 결과 수평적 조달(=외주제작)에 써야 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을 높여왔습니다.


‘스스로 만들자(Do it yourself)’는 도전 정신 아래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는 역발상으로 ‘로켓 재사용’에 도전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13일.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젓가락 팔 모습의 발사탑인 메카질라가 낙하하는 로켓 1단을 잡는 모습은 세계 우주산업에서 처음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새 페이지가 열렸음을 뜻하는 것이죠.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과 대기 시간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 우주 상공에 인공위성을 올리고 싶어하는 전세계 기업들이 스페이스X 앞에 진을 칠 것입니다.


이는 경제학원론에서 규모의 경제를 집필해온 경제학자들의 논리와 상상력을 넘어서는 혁신 사례로, 오래된 경제학 저서들이 새롭게 개정돼야 할 판입니다.


‘얼마나 더 많이 많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더 적게 만드느냐(=재활용하느냐)’ 로도 생산비용을 낮추고 고객 수요를 키우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게 된 것이죠.

맨큐의 경제학
아울러 스페이스X의 성장 과정은 이 같은 기술 혁신 성과 뿐 아니라 경영 방식에서도 기업들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매튜 바인치를 교수는 스페이스X의 경쟁력으로 △고도로 집중화한 업무환경 △군더더기 없는 공정 △단순한 조직을 꼽은 바 있습니다.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가 공정의 복잡성 문제입니다.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이를 단순화하려는 기술적 노력과 더불어 숙련되고 해당 공정에 집중화한 정예 직원이 필요합니다.


앞서 규모의 비경제 사례로 언급한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 열위에 빠져든 원인도 바로 공정의 복잡성 덫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부품 제작 방식에서 정예의 숙련된 직원들을 꾸리고 복잡해지는 공정을 최대한 단순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참여도 단순화해 조직 간 소통에 투입되는 시간과 소음을 줄인 것이죠.
또 물리적 환경과 일체화한 가상의 환경을 구축, 기술의 병목을 해소하는 최고의 디지털 트윈 역량을 확보했습니다.


기술 혁신으로 과거에 없던 새로운 규모의 경제에 진입한 일론 머스크는 13일 메카질라 우수쇼를 중개하며 이렇게 자신의 소회를 밝힙니다.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제로보다 높다(The probability is uncertain, but it is above zero)”.
실패를 두려워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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