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재무장관이 강달러에 대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서고 17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18일 1370원대로 올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달러값이 1300원대 중후반에 고착화되는 상황이라 원화 약세 수혜를 누릴 업종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375원으로 마감해 기업이 주로 참고하는 한국금융연구원의 올해 달러값 전망치 1297원을 훌쩍 넘어섰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무역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값이 이렇게 치솟은 것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했기 때문이고, 앞으로 1350~1400원대 달러값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며 "달러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높고 원화 약세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원화 약세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동반됐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악재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달러값이 계속 1300원을 넘어가는 가운데서도 외국인은 역대급의 한국 증시 매수를 기록하면서 양자 간 상관관계가 약화된 편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주요 수출주는 달러값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019년 말 한국무역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달러값이 10% 상승하면 제조업체 전반에 걸쳐 영업이익률이 평균 1.3%포인트 올라갔다.

수입 원재료비(매출 원가) 증가보다 수출액(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 증가폭은 기계·장비 업종은 3.5%포인트, 컴퓨터·전자 업종은 2.5%포인트, 운송장비 업종은 2.4% 순으로 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한국 펀더멘털이 양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강달러는 오히려 기업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블룸버그 컨센서스에서 2분기 말 달러값 전망치가 1320원으로 형성된 점을 볼 때 적어도 1~2분기에는 수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환율 효과가 기존 예상보다 연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는 강달러 효과가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높이는 데 이어 2분기에도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3월 해외 도매 판매와 수출 물량이 늘었는데 달러값이 평균 1332원으로 강세를 보이며 증권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올라가는 추세다.

기아 역시 내수 판매가 부진한데도 원화 약세 효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늘 것으로 예상된다.


17일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전 분기 대비 크게 감소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18일 오후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긍정적인 1분기 실적과 2분기 가이던스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업종이 다시 반등하기도 했다.

이날 KRX반도체지수는 2.14% 오르며 코스피 상승(1.95%)을 견인했다.


반도체는 과거엔 강달러 시 영업이익이 낮은 패턴을 보였는데 이는 반도체 수출대금이 무역수지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한 시점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나타나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과거 무역수지가 적자일 때의 원화 약세와 다르기 때문에 강달러는 두 기업의 원화 환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값 향방을 두고서는 이달 총 27조원 규모의 배당금을 수령할 외국인이 달러로 환전해 송금하는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강달러 정도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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