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와 협의를 마치고 실제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오늘(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약 10명의 H지수 ELS 투자자들에게 배상금 지급을 마쳤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주 자율조정협의회를 열고 일부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안(배상률 등)을 심의·의결한 뒤 곧바로 해당 투자자들에게 문자 등을 통해 배상 대상 확정 사실과 협의 방법 등을 안내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달 말 일제히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방침을 의결한 뒤 실제로 배상이 성사된 것은 지난달 29일 하나은행 이후 두 번째 사례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 자율배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개별 배상안을 일부 투자자에게 알렸고, 이 가운데 배상안에 동의한 이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했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H지수 ELS 만기 도래로 손실이 확정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상대적으로 일찍 배상 사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은행권과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배상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가장 판매 규모가 큰 KB국민은행의 경우 배상에 앞서 전수 조사한 계좌(1∼7월 만기 도래)만 8만여개로, 물리적으로 배상 협의를 준비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중도 해지 등으로 손실액이 확정된 투자자들을 우선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최대한 서둘러 계좌별 배상 비율과 금액을 산출해 안내하고, 만약 고객이 배상안을 수용하면 수일 내 입금 처리를 마치는 프로세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H지수 ELS 가입 계좌를 전수 조사하는 단계로, 개별 고객에 대한 배상 협의 통지 등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앞서 사모펀드 사태 관련 경험이 없어 관련 시스템도 미비한 상태라 배상 시스템 개발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판매액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은 이미 450명 모든 가입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면 인근 영업점을 통해 협의하겠다"는 요지의 문자를 보냈고, 오는 12일부터 만기 도래와 함께 손실률이 속속 확정되면 영업점이 투자자들과 개별 접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전수조사가 모두 진행된 후에도 개별 투자자들과의 협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투자자 단체 등은 ELS와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이 은행권에서 판매된 사실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ELS 투자 경험이나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 등을 따지지 말고 모든 투자자에게 100% 배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국과 은행권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적 배상률은 약 40%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김우연 기자 / kim.woo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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