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의대 2천명 증원 입장 고수"

【 앵커멘트 】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의사 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의대 증원분 2천 명과 관련해 앞으로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요.
담화를 지켜본 의사단체도 곧바로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번 담화를 두고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관련한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길 기자, 어서오세요!


【 기자 】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다시한번 확인됐습니다. 양측의 대립이 더 팽팽해졌다는 해석인데 오늘 담화내용 먼저 정리해주시죠.


【 기자 】
정부가 연일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단체에 의료개혁의 실천의지를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계속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엄중 경고를 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이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해 불법 단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의사 2만 명이 늘어 수입이 줄거라는 건 기우에 불과하다"고 의료개혁의 타당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의 소득이 OECD국 가운데 1위라는 점도 언급했는데요.

또 바이오와 신약, 의료기기 등 국가가 집중하는 산업을 필두로 앞으로 의사들을 필요로 하는 시장도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며 의사들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와함께 현재까지 제시된 의료계 안이 논리와 근거가 없는 안으로 규정했는데요.

그는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제안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관련 발언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윤석열 / 대통령
(의사 단체는)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 앵커멘트 】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 나선 것은 부산엑스포 이후 4개월 만인데요.
거의 한시간 가까이 이어진 담화 내내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번 담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십니까?


【 기자 】
윤 대통령은 먼저 오늘 담화를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최근 겪고있는 의료 혼란에 대해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운을 뗐는데요.

의정갈등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 속 대통령이 이렇듯 송구하다 입장을 낸 것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그만큼 최근의 의료 공백이 사회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의미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 담화 시간의 대다수도 이 의료 개혁 추진의 근거와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쓰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보면 오늘 담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국민들의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는데요.

의정 갈등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이는 상황에서 자칫 여론이 정부에 비판적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정책 추진의 합당성을 강조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윤 대통령이 이렇듯 특정 현안과 관련해 담화를 연 것은 취임 후 세번째입니다.


【 앵커멘트 】
의사 단체들도 실시간으로 입장을 내놓으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들이 당장 오늘부터 근무시간을 줄이 기로 한 가운데 개원의들까지 주 40시간 근무를 지키는 이른바 ‘준법 진료’를 예고했습니다.
의료 공백 우려가 더 커지고 있네요?


【 기자 】
의료 인력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기존에 남아있던 인력들 마저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로 한 겁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4월 첫날인 오늘부터 진료 축소를 예고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어제 백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후 열린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성근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서 말한 것처럼 오늘부터 대학교수들도 진료를 줄일 예정이다"라면서, "특히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축소 진료를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라고 입장을 전했는데요.

오늘 정부 담화가 끝나고도 의사 단체는 담화에 대해 '입장이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며 이번 담화에 대해 논평조차 하고 싶지 않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정 대치는 간극을 좁히기 보다는 더 커지는 양상인데요.

실제 현재 일부 상급종합병원들이 신규 외래 예약 등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의료 공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 앵커멘트 】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에는 생후 33개월 된 아이가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 기자 】
지난 30일 발생한 일인데요.

이날 오후 4시 반쯤, 충북 보은에서 생후 33개월 된 아이가 도랑에 빠졌다 구조된 이후 연이어 이송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버지에게 구조된 A양은 심정지 상태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처음 보은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심폐소생술과 약물 투약 등 응급치료를 받으며 맥박이 돌아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추가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고, 큰 병원인 상급 병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건데요.

병원 측이 인근 지역부터 경기 지역까지 전원을 요청했지만, 병상 부족을 이유로 병원마다 이송을 거부하면서 아이가 다시 심정지에 빠져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의료 거부로 최근 대대적인 의료 공백이 드러나는 상황 속 이번 사건을 두고 주말 내내 커뮤니티에서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는데요.

관련해 이송을 거부한 한 대학 관계자는 "의료공백 사태로 전원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은에서 40분 거리인 우리 병원으로 옮겨올 경우 오히려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 때문에 전원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