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내년 1%대 저성장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질적인 파업 리스크가 한국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4일부터 총파업(집단 운송 거부)을 강행해 전국 '물류 동맥'을 가로막으며 하루가 다르게 식고 있는 성장엔진에 찬물을 끼얹었다.


잦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경쟁국을 압도한다.

27일 국제노동기구(ILO)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2~2021년 한국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38.5일로 일본(0.2일)의 192.5배에 달했다.

영국(12.7일), 미국(8.8일), 독일(8.3일) 등 주요국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 수에 파업시간을 곱해 1일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손실일수가 클수록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멈춰선 레미콘 트럭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업체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운행을 멈춘 채 주차돼 있다.

시멘트와 레미콘 운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주요 수요처인 건설 현장도 '셧다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호영 기자>


더 큰 문제는 한국이 '파업 다발국가'로 낙인찍히며 투자자금이 국내를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매일경제와 전경련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정권별 투자금 흐름을 분석해보니 문재인 정부 정책 운영기간(2017~2021년) 국내에서 역대 최대인 연평균 442억3200만달러 투자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내국인 해외 직접투자(ODI)에서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FDI)를 뺀 값이다.

이 값이 클수록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보다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 투자액이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그만큼 한국이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연평균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노태우(2200만달러), 김영삼(15억2400만달러), 김대중 (-23억2300만달러·순유입), 노무현(26억9800만달러) 정부 때만 하더라도 커다란 진폭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명박(184억6200만달러), 박근혜(203억400만달러) 정부부터 늘기 시작해 문재인 정부에서 전 정부 대비 2배 이상 급격히 불어났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기업이 한국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크게 신경 쓰는 게 바로 노조 리스크"라며 "자금 조달이나 고금리 문제 등은 기업이 비용을 들이면 해결할 수 있지만 강성노조로 인한 리스크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한국 이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투자금 이탈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2분기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380억7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속도라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유출액을 기록했던 지난해(580억6800만달러)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국내 투자는 정체 상태에 빠졌다.

연평균 국내 투자(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전임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0.5%를 기록해 사상 처음 0%대를 기록했다.

총고정자본형성은 정부와 민간에서 단행한 설비·건설·지식재산물 등에 대한 유·무형 투자를 합친 것으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투자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살펴보는 지표다.

투자증가율은 노태우 정부 때 14.1%를 기록한 후 김영삼(8.6%), 김대중(8.1%), 노무현(3.3%), 이명박(1.8%) 정부까지 지속적으로 줄다 박근혜 정부 들어 5.0%로 높아졌으나 이후 0.5%로 고꾸라졌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한국은행은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3.1%로 올해(-2.0%)보다 더 부진할 것으로 봤다.

국내 투자온도를 살펴보는 또 다른 지표인 설비투자마저 차갑게 식고 있는 것이다.


파업 리스크에 치인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현상 역시 뚜렷해졌다.

지난해 중계무역 순수출은 221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중계무역 순수출은 올해 3분기까지 170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추세라면 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


중계무역은 한국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상품을 만들어 현지나 제3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이 같은 무역 형태가 많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기업의 해외 생산이 늘었다는 뜻이다.


반면 해외 사업장을 국내로 되돌리려는 유턴기업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이 시행된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로 복귀한 유턴기업은 121곳에 불과했다.

이 중 대기업은 2곳으로 더 적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기업 투자 여건이 너무 안 좋아졌다"며 "제조업 사업장은 10년 이상 가동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데 기업들 입장에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외 진출 기업 30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3.5%가 '국내 복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복귀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6%에 불과했다.


국내 복귀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규제분야 1순위(29.4%)로는 파업 우려감과 노사관계 등 노동문제가 지목됐다.

높은 세제(24.5%), 환경규제(16.7%), 입지규제(13.1%) 보다 문제로 꼽는 목소리가 큰 것이다.


[김정환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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