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불과 1970년대만 해도 인구가 폭증할 것을 염려했다면 지금은 인구 절벽과 인구 지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과 생산인구 감소로 인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 가능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2070년 1,737만 명으로 일할 사람이 줄어들어 반 토막 대한민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신민호 전남도의원(순천)


전남의 청년들이 하루에 50명씩 떠난다.
고령화와 부족한 인력, 전남지역 농업 기반 붕괴 우려, 갈수록 암울

청년 인구의 수도권 쏠림이 심해지면서 농업·농촌의 위기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 빈집은 늘어가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생산인구 부족으로 인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농어업 1번지인 전남은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총 89개 시군구 중 16개 군이 인구감소 지역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으며 인구감소와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있다.

전남 인구는 2004년에 200만 명이 무너진데 이어 2013년에는 사망이 출생을 앞지른 데드크로스가 발생하여 인구 순감소가 시작됐다. 2014년부터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 7월에 고령인구가 청년 인구를 역전했다.

무엇보다 전남 인구구조 변화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 인구 감소가 전남 전체 인구 감소에 가장 큰 비중인 58.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도시보다 열악한 농촌 생활환경과 교육, 일자리 문제로 인해 계속해서 청년들이 전남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18~39세 전남 청년 인구는 1만 1천여 명이 타지역으로 이동했고 이 중 20대가 무려 9천 3백여 명에 달한다. 청년 인구가 하루에 50명씩 떠나고 있는 셈이다.

농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전남 40세 미만 농가인구는 11.9%에 불과하고 50대 이상 농가 수는 95%에 달해 고령농의 급속한 증가로 인한 전남 농업 기반이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코로나19와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안보 문제가 떠오르고 있고 기후변화가 식량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지금, 국민 식량을 책임지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남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주역을 양성해야 한다.

인구 소멸에 봉착한 전남도의 농촌을 재생시키고 허물어져 가는 농업 공동체를 지탱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는 전남도에 특화된 후계 농업인을 육성하고 이들을 안정적으로 전남지역에 정착시킬 수 있는 과감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전라남도에 특화된 “농업사관학교(가칭)” 설립 절실

1997년에 문을 연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전북 전주 소재, 농업 경영인 양성이 목표로, 학비가 무료인 대신 졸업 후 6년간 영농에 종사해야 한다. 최근 입학 경쟁률 평균 4:1, 취업률 약 85%)는 다양한 실기·실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해외연수를 통해 전문적인 이론과 기술을 취득함으로써 취업 걱정이 없게 된 졸업생들은 영농 정착률이 90%대이며 수익도 연평균 1억 원대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전남에서도 농촌 청년층 이탈을 방지하고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관련 특별법(조례) 등을 통한 “전남농업사관학교(가칭)” 설립(기존 대학교에 병설 특화 형식 등) 운영으로 전라남도에 특화된 예비 청년 농업인 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고령화된 농촌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전남의 농업 자립 기반과 지속성을 강화시키며 전라남도가 단순 대한민국 농업 1번지가 아닌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청년농업의의 메카가 될 수 있는 획기적인 과감한 변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 전라남도는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여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체감하는 영농 현장과의 정책적 괴리, 정착 초기에 집중되어 있는 지원과 사업 종료 후 사후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영농 후계자 양성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농업을 후진적 전통산업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농촌은 농민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의 터전이다. 예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는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뿌리라고 했다.

이제는 약무남도농(若無南道農) 시무한국식(是無韓國食)이 아닐까?
남도 지역의 모든 청년 농업인들이 이러한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수려하고 만물이 풍부한 전남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길 기대해 본다.


[ 신민호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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