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유 가격의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낙농가 단체와 유업체 간의 협상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협상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낙농제도 개편방안을 둘러싼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가 있습니다.

대치 국면이 계속될 경우 자칫 낙농가의 원유 납품 거부에 따른 우유 수급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와 낙농업계, 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협상위)는 26일 현재까지 꾸려지지 않았습니다.

협상위는 낙농진흥회의 '원유생산 및 공급규정'을 근거로 설립되는 기구로 우유 생산자(낙농가) 단체 소속 3명, 유업체 소속 3명, 학계 인사 1명으로 구성됩니다.

규정상 매해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가 발표된 이후 한 달 안에 이해 관계자들은 협상위를 꾸리고 원유 기본가격 협상을 마쳐야 합니다.

협상 결과를 토대로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원유 가격을 최종 결정하게 됩니다.

새 가격은 통상 8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올해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는 지난달 24일에 나온 만큼 이달 24일까지가 협상 기한이었습니다.

하지만 협상위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낙농진흥회 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협상 기간이 늘어날 수 있고, 과거에도 협상 기한을 넘긴 적이 많습니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낙농가와 유업체 측이 '생산비 연동제 폐지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 방안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협상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낙농가 단체 측은 협상위원 3명을 추천한 상태지만, 유업체 측은 "낙농제도 개편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한 위원을 추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대립은 정부가 지난해 8월 낙농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정부는 현행 '원유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원유 쿼터제는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유업체가 전량 사들이도록 해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량이 쿼터에 미치지 못해도 원윳값을 높인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정부는 생산비 연동제 역시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우윳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의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낮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업계는 값싼 수입 유가공 제품과 경쟁하려면 정부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생산자 측에서는 유업체의 추가 구매가 보장되지 않는 데다 원유를 증산할 여력도 없어 결국 농가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정부안은 낙농 기반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며 "도입을 강행하면 우유 납품 거부도 불사하며 투쟁할 방침"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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