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아파트 '반쪽짜리' 대피공간에 주민들 불만 고조…"안전 대책 내놔야"

【 앵커멘트 】
발코니가 없는 요즘 아파트에는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집 안에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LH가 이 대피공간을 법정 규격의 절반 크기로 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입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한웅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경기 부천시 옥길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각 집마다 설치된 방화 대피공간이 법정 규격에 크게 못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스탠딩 : 한웅희 / 기자
- "이 곳이 불이 났을 때 대피하는 공간입니다. 4인 가구는 커녕 혼자 움직이기도 상당히 비좁습니다."

건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피공간의 최소 면적은 2㎡.

하지만 실제 바닥면적은 1.12㎡에 불과했습니다.

취재 결과, 전체 900여 세대 중 60%가 넘는 660여 세대에 이같은 반쪽 대피공간이 설치된 상태입니다.

해당 아파트는 LH가 설계와 시행을 맡고, 태영건설이 시공했습니다.


설계 당시 LH는 벽의 끝 부분이 아닌 중심선을 기준으로 대피공간의 바닥면적을 산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바닥면적을 산정하는 기준을 대피공간에도 동일하게 적용한건데, LH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합니다.

▶ 인터뷰(☎) : LH 인천지역본부 관계자
- "저희들은 그렇게 판단을 하는 거죠. 그것도 이제 법적인 판단을 받아봐야 되는데…. 저희들이 그거를 덥석 이렇게 우리가 잘못했다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다 그런 상황이고."

주민들은 LH의 주장이 비상식적이라며 법을 입맛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손용총 / 아파트 임차인대표 회장
- "대피를 할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놓고 자신들이 법을 지켰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보고 있고…. 안전에 대한 대책을 명확하게 세워줄 것을 저희가 우선 요구하는 겁니다."

법제처는 지난 2019년 주민들의 주장과 유사한 법령해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법제처는 '대피공간의 바닥면적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고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로 대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 공간의 바닥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피공간 설치 관련 법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인터뷰(☎) : 송창영 /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 "최소한의 대피 공간으로서 우리가 쉘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2㎡를 요구한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지켜줘야 되는데. 건축법의 불완전한 틈을 타서 (악용한 거죠).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시행령이 개정돼야죠."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한 대피공간이 위기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현실적인 법 적용이 필요해 보입니다.

매일경제TV 한웅희입니다.[mkhlight@mk.co.kr]

영상 : 최연훈 기자 [mkcy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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